살얼음판…위협당한 코스피 2000
주식시장의 ‘기력’이 부쩍 약해졌다. 16일 코스피지수는 한때 2000선이 위협받았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700선이 무너졌다. ‘전·차(電·車)’ 군단의 주포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고질병인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다시 도졌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과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이 겹친 탓이다.

◆한때 ‘구멍 뚫린’ 증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60포인트(0.67%) 떨어진 2028.72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008.46까지 하락하며 3월18일(2028.45) 이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11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8일 이후 7거래일 중 6거래일간 총 859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0.43포인트(0.06%) 오른 706.28에 마감했지만 장중 690.80까지 급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이었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가격제한폭 확대, 엔화 약세 둔화 신호 등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호재가 잇따랐다. 하지만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17~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국 금리 인상 불안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불안해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다음달 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메르스 사태가 악화하면서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진 점도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며 “금리 인하 등의 호재가 다른 악재에 묻혀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주 ‘부진 탈출’ 언제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특히 부진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1.18% 하락한 125만5000원을 기록하며 120만원대 탈출에 실패했다. 장중 한때 연중 최저가(124만5000원)로 떨어졌다. 현대차 역시 연중 최저가를 찍었다. SK하이닉스는 4.23% 떨어지며 7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올 들어 대형 수출주는 부진의 늪에서 헤쳐나오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철강·자동차업종 대표 및 주요주들은 시가총액 순위가 뚝 떨어졌다.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LG전자 등은 시가총액 20위권 밖으로 밀렸다. 대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같은 화장품주와 KT&G 등 소비주가 대형 수출주 자리를 차지했다.

코스피지수에서 대형 수출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수출주의 회복 여부에 증시 반등이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 기업의 최대 수출지역인 중국시장에서 화학과 철강금속 제품 수입증가율이 크게 감소했을 것”이라며 “한동안 철강·화학 수출주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적인 급락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영일 대신증권 시장분석팀장은 “코스피지수는 4월24일의 연중 최고점(장중 2189.54)에 비해 7% 넘게 하락했다”며 “2012년 이후 대다수 중기 조정이 하락률 7~8% 선에서 마무리됐던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조정국면이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욱/민지혜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