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증권가에는 ‘NR(not rated) 리포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종목의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리포트, 어떻게 보면 핵심이 빠진 분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NR리포트는 증권사의 ‘무책임한 의견 제시’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증권사들의 편의 추구와 책임 회피의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NR리포트의 비중이 감소했습니다. 17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증권사들이 리포트를 낸 유가증권시장 종목 수는 381개입니다. 이중 전 증권사가 목표주가와 투자의견 없이 리포트를 낸 종목 수는 57개로 전체의 14.96%였습니다. 작년(26.67%)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NR리포트가 유독 많이 나오는 코스닥시장 종목 분석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소형주는 주가 변동폭이 크고 실적 예측성이 대형 종목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고 중소형주 리포트를 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해 나온 코스닥 종목 리포트에서 NR리포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41.15%로 나타났습니다. 리포트 열개 중 네개가 NR리포트라니 과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거 수치를 보면 상당히 개선된 것입니다. 2011년에는 55.25%까지 오르는 등 2010~2013년 사이에는 절반 이상이었고 그나마 작년에 48.37%로 떨어졌습니다.
논란이 있었던 NR리포트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자발적 정화가 아닌 기관투자가의 방침 변화에 따른 반강제적 변화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올해부터 국민연금이 증권사 정량평가 항목 중 하나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분석하는 종목 수를 넣었는데, 여기에는 NR리포트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때문에 증권사들이 NR리포트 비중을 낮추게 된 것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NR리포트 감소 추세가 이어질지 회의적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지난 15일부터 시행된 가격제한폭 확대가 그 이유입니다. 특히 중소형주의 경우 하루 가격변동폭이 대형주에 비해 더 크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목표주가 제시 자체가 더 부담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고운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