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노동시장 개혁에 이제야 시동이 걸린 것이다. 노총이 지난 4월 노사정위원회를 깨고 나간 지 2개월여 만이다. 현장 노사가 한창 임단협을 벌일 시기에 정부가 이제라도 추진계획을 밝힌 건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임금피크제 확대 계획은 도입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사업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60세 정년 연장이 법제화돼 당장 내년 실시를 앞두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316개 전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550여 사업장을 중심으로 민간기업에도 이를 확산시키겠다며 방향을 분명히 한 것은 의미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각사가 취업규칙 개정이라는 구체적 합의로 도출하느냐다. 근로기준법에는 ‘불이익 변경’의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게 돼 있다. 사용자 측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는 사회적 통념상 불이익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말 개최하려던 임금피크제 공청회가 양대 노총의 반발로 무산된 배경도 이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좌고우면할 것 없이 조기에 취업규칙 개정에 대한 구체적 원칙을 제시하길 바란다.

이번 개혁안에는 임금피크제를 비롯 △원·하청업체 상생협력 △정규·비정규직 상생촉진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파트너십 구축 등 5대 분야 36개 과제가 담겨 있다. 아쉬운 점은 청년고용을 비롯한 일자리 창출 등 근본적인 고민보다는 결국 기존 취업자들을 보호하는 것으로 귀결될 정책이 많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만 하더라도 기존 취업자의 기득권만 공고하게 지켜질 뿐이다. 고용경직성이 심화돼 일자리 창출능력이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노·사·정 대화가 실패한 뒤 시간이 많이 흘렀다. 2차 개혁과제는 유연성이라고 하니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