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호 재료연구소 연구원이 17일 경남 창원시 상남동 기능세라믹연구실에서 개발한 소자를 살펴보고 있다. 재료연구소 제공
류정호 재료연구소 연구원이 17일 경남 창원시 상남동 기능세라믹연구실에서 개발한 소자를 살펴보고 있다. 재료연구소 제공
송전선과 지하철, 고속철도, 공장 기계 주변에 생기는 ‘자기장 노이즈’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센서 개발 등을 통해 기술을 상용화하면 송전선로 자가 진단이나 휴대폰 무선충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재료연구소는 류정호 분말세라믹연구본부 연구원팀이 최시영 재료연구소 박사팀, 미국 버지니아공대, 인하대 등과 공동으로 생활 주변에 존재하는 미세 자기장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에너지 하베스팅(harvesting) 복합소재와 발전소자를 개발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선이나 지하철 주변에 생기는 자기장 노이즈는 기계 동작을 방해하는 전기신호를 말한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버려지는 각종 에너지원을 이용해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전선 주변에 미세한 자기장 노이즈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에너지 하베스팅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 착안해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류 연구원은 6년 정도의 노력 끝에 전기가 발생하는 압전재료(압력을 가하면 전압이 발생하거나 전압을 가하면 변형이 생기는 재료)와 자기장을 만나면 변형되는 자기변형재료를 복합해 자기장 노이즈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소재를 이용해 소형 컴퓨터 시스템 제어에 필요한 센서 장치를 구동했고, 여기서 얻은 전력을 모아 LED(발광다이오드)를 밝히는 실험도 마쳤다.

재료연구소 측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전선 주변을 24시간 밝힐 수 있는 조명장치는 물론 전선 옆에 휴대폰을 두기만 해도 충전되는 무선 충전기술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장 설비나 건물 내 각종 센서를 설치해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시스템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에 국제특허를 출원하고 4건의 국내 특허를 등록했다.

재료연구소 측은 “해당 기술에 대해 압전 세라믹 생산업체와 송전선로 구조진단업체, 센서 등 전자부품 개발업체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연구원은 “일상생활에 항상 존재하지만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미세 자기장 노이즈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킨 최초의 연구 결과”라며 “기술을 좀 더 발전시키면 스마트 빌딩과 송전선로, 발전소 등 구조진단 센서의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