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현안·양국 신경전 영향으로 불발 공산 커져

한일간에 검토된 양국 정상의 수교 50주년 기념 리셉션 교차 참석 카드는 일단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일본대사관,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리는 리셉션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각각 참석하는 방안이 양국 외교 당국간에 검토됐다.

아직 양자 정상회담을 한차례도 하지 않은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삼아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이는 상징적인 발걸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한국 정부 관계자는 17일 양국 정부 대표 자격으로 상대국에서 열리는 리셉션에 참석하는 인사가 정상의 메시지를 대독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닷새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막판 '반전'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한일 외교 소식통들은 정상의 리셉션 교차 방문은 불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각료급 인사가 상호 방문해 정상의 메시지를 대독하는 모양새가 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는 양국 국내 문제와, 한일 외교 현안을 둘러싼 상호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 대통령은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 사태 대응, 아베 총리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봉착한 집단 자위권 법안의 국회 심의에 전념하다시피 하고 있어 여유가 많지 않다.

거기에 더해 군위안부 문제와 일본 산업혁명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등과 관련한 양국의 입장 차이는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군위안부 문제에 "상당한 진전(considerable progress)이 있었으며,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있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모르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산업혁명 유산 등재때 조선인 강제징용을 반영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최근 윤병세 외교장관이 세계유산위원회 회원국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외교전을 펼치면서 일본 측의 경계심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어느 쪽도 관계개선을 위해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막판 '반전'없이 양국 정상의 리셉션 교차 참석이 최종 무산된다면 한일관계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될 중요한 기회를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두 정상 모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교 4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 2005년 야스쿠니(靖國)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삐걱댔지만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