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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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데이터 기준으로 만드는 전략 수립 방법론 먹히지 않아
기업들 '블랙 스완' 출현 대비…모든 상황 가정해 전략 짜야
과거 데이터 기준으로 만드는 전략 수립 방법론 먹히지 않아
기업들 '블랙 스완' 출현 대비…모든 상황 가정해 전략 짜야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예상을 뛰어 넘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초반에 일부 오판이 있었습니다.” 요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기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표현들이다. 다가올 일을 걱정하는 건 인간 고유의 특성이다. 그래서 인간은 미래를 위해 전략을 세운다. 인간의 전략 수립 방법은 전쟁에서 기업 운영에 이르기까지 발전해 왔다. 경영 전략만 해도 수없이 많은 이론과 사례들이 집대성돼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고도로 발달해 온 전략 수립 방법론이 잘 안 먹히는 모양이다. 전략이란 기본적으로 과거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중심으로 세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상황이 닥치니 과거 데이터가 도움이 안 된다. 가능성 높다는 것도 무의미해진다. 가능성 없다고 했던 상황들이 벌어지고 이의 영향이나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가 그렇다. 발원지라 할 수 있는 중동에서와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염력이 약하다고 했으나 몇 분간만 밀착 접촉해도 발병 가능성이 확 높아진다. 3차 감염은 가능성이 약하다고 했으나 이미 3차 감염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노약자에게 특히 취약하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한국의 확진 환자는 40~50대가 가장 많다. 과거 데이터와 다른 양상이니 참고할 수도 없고, 가능성이 낮다고 했던 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기업이 처하는 위험 상황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먼저 공장화재, 고객정보유출처럼 ‘이미 발생한’ 상황이다. 이럴 때는 사후 결과 처리가 중요하다. 화재사건의 뒤처리, 정보유출의 피해 최소화가 관건일 것이다. 즉,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건 발생 후 첫 24시간 동안에 할 일은 C.A.P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concern)이 가장 우선이다. 다음은 시급히 처리해야 할 행동계획(action)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및 약속(prevention)이다.
두 번째는 ‘아직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기밀유출 가능성, 대규모 리콜 가능성, 안전사고 가능성은 늘 있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는 또 다른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요즘은 관리를 넘어 예방함으로써 오히려 기업의 기초 체질을 튼튼하게 만드는 리스크 인텔리전스 시대다. 똑똑하게 리스크를 활용한다면 오히려 더 큰 가치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 상황은 불확실성이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과거 데이터나 가능성의 확률로는 가늠이 안 된다. 그래서 블랙스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얀색이라고 여겼던 백조가 어느 날 검은색도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처럼 있을 수 없다고 여겼던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오늘날 경영환경은 이런 불확실성을 어떻게 대비하고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존의 전략수립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모두 꺼내 놓고 하나하나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발생 가능성을 생각한다. 그 가능성이 높은 것뿐만 아니라 설마 그런 일이 생길까 싶은 것까지 대비해야 한다.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상황을 그려보고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미리 정해 놓는 것이다. 그래야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이 닥치기 전의 조짐들을 평상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정치나 경제, 경영분야에서도 불확실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지금처럼 당황하고, 중요 시기를 놓치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미리 생각해 두자.
조미나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그런데 요즘 들어 고도로 발달해 온 전략 수립 방법론이 잘 안 먹히는 모양이다. 전략이란 기본적으로 과거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중심으로 세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상황이 닥치니 과거 데이터가 도움이 안 된다. 가능성 높다는 것도 무의미해진다. 가능성 없다고 했던 상황들이 벌어지고 이의 영향이나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가 그렇다. 발원지라 할 수 있는 중동에서와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염력이 약하다고 했으나 몇 분간만 밀착 접촉해도 발병 가능성이 확 높아진다. 3차 감염은 가능성이 약하다고 했으나 이미 3차 감염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노약자에게 특히 취약하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한국의 확진 환자는 40~50대가 가장 많다. 과거 데이터와 다른 양상이니 참고할 수도 없고, 가능성이 낮다고 했던 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기업이 처하는 위험 상황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먼저 공장화재, 고객정보유출처럼 ‘이미 발생한’ 상황이다. 이럴 때는 사후 결과 처리가 중요하다. 화재사건의 뒤처리, 정보유출의 피해 최소화가 관건일 것이다. 즉,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건 발생 후 첫 24시간 동안에 할 일은 C.A.P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concern)이 가장 우선이다. 다음은 시급히 처리해야 할 행동계획(action)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및 약속(prevention)이다.
두 번째는 ‘아직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기밀유출 가능성, 대규모 리콜 가능성, 안전사고 가능성은 늘 있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는 또 다른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요즘은 관리를 넘어 예방함으로써 오히려 기업의 기초 체질을 튼튼하게 만드는 리스크 인텔리전스 시대다. 똑똑하게 리스크를 활용한다면 오히려 더 큰 가치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 상황은 불확실성이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과거 데이터나 가능성의 확률로는 가늠이 안 된다. 그래서 블랙스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얀색이라고 여겼던 백조가 어느 날 검은색도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처럼 있을 수 없다고 여겼던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오늘날 경영환경은 이런 불확실성을 어떻게 대비하고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존의 전략수립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모두 꺼내 놓고 하나하나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발생 가능성을 생각한다. 그 가능성이 높은 것뿐만 아니라 설마 그런 일이 생길까 싶은 것까지 대비해야 한다.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상황을 그려보고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미리 정해 놓는 것이다. 그래야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이 닥치기 전의 조짐들을 평상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정치나 경제, 경영분야에서도 불확실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지금처럼 당황하고, 중요 시기를 놓치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미리 생각해 두자.
조미나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