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에 출연하는 이자람(위)과 백석광.](https://img.hankyung.com/photo/201506/AA.10119658.1.jpg)
국립극단 제작으로 내달 1~26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에서 이자람은 연산의 연인 녹수와 어머니 폐비 윤씨를 연기한다. 1인2역이다. 연산 역에는 지난해 연극 ‘혜경궁 홍씨’에서 광기 어린 사도세자를 열연해 호평받은 무용수 출신 배우 백석광이 출연한다. 18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연습에 한창인 이자람을 만났다. 그가 뮤지컬 아닌 정극에서 주인공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녹수 같은 팜파탈(요부)은 저와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녹수는 젊은 몸과 매력으로 남자들을 홀린 게 아니라 서른이 넘은 나이에 천민 출신에서 노래로 기생이 되기까지 겪을 것은 다 겪은 여자’라는 선생님(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어요. 연산의 결핍된 모성애를 채우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노래로 위로할 수 있는 녹수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죠.”
이윤택 감독도 거들었다. 그는 “녹수는 당대에 가장 노래를 잘했던 기생이자 소리꾼이었다”며 “이자람 씨를 캐스팅하며 이번에는 녹수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 가 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1995년 초연 당시 연산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유인촌(연산), 이혜영(녹수)의 열연으로 큰 호평을 받으며 그해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폭군의 대명사’ 연산은 극 속에서 조선의 왕 이전에 어미를 잃은 아들이다. 연산은 왕위에 오른 뒤 어머니의 제의를 시작하고, 녹수는 폐비 윤씨의 혼을 입는다. 폐비의 혼을 받은 녹수가 자신과 연산에게 해를 가하려 했던 인물을 차례로 살해하면서 궁궐에 피바람이 몰아친다.
이 감독은 “한바탕 씻김 굿 같은 연극”이라며 “1995년과 비교해 희곡만 빼고 다 바꿨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작창을 했던 이전 공연과 달리 이번에는 이자람이 작창과 음악감독을 맡는다. 이자람은 “음악은 연산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때로는 그의 마음을 대변하고, 때로는 연극에서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거나 채우는 역할을 한다”며 “판소리, 민요 등을 부르면서도 편곡을 통해 현대적 느낌을 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석광과 이자람은 실제로 7년 차 연인 사이다. 연인이 함께 연기하는 데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우리가 이윤택이라는 거장 밑에서 언제 무대에 함께 설 수 있을까 싶었어요. 선생님이 아니라면 전통예술과 연극예술이 한자리에 만날 기회가 없을 것 같았죠. 앞으로는 같이 작업할 일 없을 것 같아요. 연애를 계속하려면 그게 안전할 것 같아서요. 하하.”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