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어설픈 대응으로 화 키운 표절 시비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이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은 알지 못한다.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

소설가 신경숙 씨는 지난 17일 자신에게 제기된 표절 의혹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신씨는 현재 자신의 단편 ‘전설’의 한 대목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비슷하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신씨의 작품을 출간한 출판사 창비도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가 아주 어렵다”며 표절 주장을 일축했다.

어떤 작품을 두고 표절 또는 저작권 침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작가의 생명을 끊을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출판사 주장대로 ‘몇몇 문장의 유사성’을 근거로 표절이라 단정 짓는 것도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

학위논문은 표절 의혹이 제기된 후 결론이 나기까지 적어도 1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 학계와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학 작품은 문장의 유사성을 넘어 이야기 구조, 등장 인물, 사건 전개 등 여러 요소를 함께 판단해야 하므로 시간이 더 걸린다. 작품 전체를 보자면 이번 경우도 출판사 주장대로 표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부분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독자와 소설가, 평론가들은 해당 대목이 미시마의 문장과 매우 흡사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출판사는 독창적인 묘사가 아니라고 했지만 작가가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한 작품과 문장 배열이나 묘사가 아주 비슷하다는 평이다.

세간의 반응이 이런데도 “오히려 신씨의 묘사가 비교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출판사 태도는 실망스럽다. 성실한 해명을 기다렸던 독자들은 “대응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말에 당혹스러워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사태가 생각보다 커지자 창비는 18일 오후 강일우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뒤늦게 내놨다.

정말 표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련의 비판을 비전문가의 시각으로 치부한다면 문학이 대중에게서 더 멀리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 이번 표절 논란이 지닌 가장 큰 위험이다.

박상익 문화스포츠부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