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블룸버그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블룸버그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점진적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한 것은 미국 경제가 2분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그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미약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리인상이 자칫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이 글로벌 경제의 충격을 우려해 “금리인상을 내년으로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한 데 대한 옐런의 ‘화답’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신중해진 Fed

옐런 "9월 금리 올려도 연속 인상 안한다"…한은 "국내 영향 미미"
옐런 의장은 이날 금리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FOMC 위원들은 올해 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말 한 강연에서 밝힌 연내 금리인상을 재확인한 것이다.

옐런은 그러나 “Fed는 첫 번째 금리인상 이후에도 여전히 경기부양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긴축(금리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FOMC 회의 때마다 0.25%포인트씩 인상했던 과거 사례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옐런은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발언했다. 그는 “나와 동료들은 적절한 속도로 경제활동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FOMC는 성명서에서 미 경제가 1분기 침체에서 벗어나 4월 이후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옐런이 다른 16명의 위원들과 함께 작성한 FOMC 성명서보다 훨씬 상황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는 것이다.

◆연내 금리인상 1회 또는 2회?

Fed가 이날 별도로 내놓은 기준금리 예상치를 보면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FOMC 회의 참석자 17명 중 15명이 연내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5명은 올해 말 기준금리를 연 0.25~0.50%, 또 다른 5명은 연 0.50~0.75%, 나머지 5명은 연 0.75~1.00%로 예상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지난 3월에는 연 0.25~0.50%로 예상한 위원이 1명이었으나 이번에는 4명으로 늘어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옐런 의장이나 스탠리 피셔 부의장 등 수뇌부가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ed가 연내 한 차례의 금리인상을 암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달리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연내 두 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9월에 금리를 올린 뒤 10월에는 건너뛰고 12월에 인상할 것이란 설명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도 “Fed가 연말까지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해석했다. 올해 남은 FOMC 정례회의는 7월, 9월, 10월, 12월 네 차례다. 7월 FOMC 땐 금리정책 결정 배경 등을 설명하는 Fed 의장의 기자회견이 없어 첫 금리인상이 단행된다면 9월이 유력하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FOMC 후 미 증시 강세·달러 약세

Fed의 점진적인 금리인상 예고로 이날 뉴욕주식시장의 다우와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모두 전일 대비 0.2% 안팎의 상승세로 마감했다. 달러화 가치는 미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할 것이란 관측이 가세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Fed는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지난 3월의 2.3~2.7%에서 1.8~2.0%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18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FOMC 회의 결과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했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했고 그리스발 시장 불안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면서도 “한국의 대외 건전성과 거시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미 금리인상 같은) 시장 충격이 발생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뉴욕=장진모·이심기 특파원/ 이승우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