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분식회계' 대우건설 중징계 통보
금융감독원이 4000억원 규모의 대우건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회사와 외부감사인에 중징계 방침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 회계감리를 시작한 지 1년6개월 만이다. 금감원이 대우건설의 회계처리를 문제 삼은 것은 건설업계 전체의 회계 관행을 지적한 것인 데다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18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다음달 7일 증권선물위원회의 사전심의기구인 감리위원회를 열고 대우건설의 회계처리 위반에 관한 제재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대우건설과 대우건설의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에 중징계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대표이사 해임권고 및 검찰 고발, 최대 20억원 과징금, 3년간 감사인 지정 등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금감원은 2013년 12월 대우건설이 국내외 40여개 사업장에서 총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은폐했다는 내부자 제보를 받고 회계감리에 착수했다. 부실사업장의 예상 손실을 재무제표에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회계감리 결과 금감원은 대우건설이 고의적으로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해 이익을 부풀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과소계상 규모는 당초 알려진 것보다 적은 40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건설업계와 회계업계에선 대우건설을 중징계할 경우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건설사의 사업장별 예정원가에 대한 회계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대우건설의 경우 내부적으로 위험관리를 위해 별도로 만든 보고자료에 대해 금융당국이 문제를 삼고 있어서다. 특히 40여개 사업장 중 일부 사업장만 과소계상으로 판단한 것도 건설업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

대우건설의 회계감리 배경에 대해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회계감리를 시작할 당시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감리 착수를 공개한 것은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길들이기’를 위한 것이란 의혹이 나온다. 대우건설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 100% 지분을 가진 ‘KDB밸류 제6호 사모펀드’로 대우건설 지분 50.7%를 보유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된 순간부터 주가 하락 및 평판 추락과 더불어 해외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며 “통상 6개월가량 걸리는 감리기간보다 많이 지연된 것도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좌동욱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