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하원이 꺼져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의 불씨를 다시 살렸다.

미 하원은 18일(현지시간) TPP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지는 무역협상촉진권한(TPA) 법안을 단독으로 상정, 찬성 218표 반대 208표로 통과시켜 상원으로 보냈다. 상원은 다음주에 표결한다.

지난 12일 하원에서 TPA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연계법안인 무역조정지원제도(TAA, 자유무역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 법안을 부결시켜 TPA를 무력화하자 TPA를 지지하는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이 법안을 분리해 상정, 처리한 것이다. TAA는 민주당이 지지하는 법안이지만 TPP 협상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전제조건인 TPA 저지를 위해 이 연계법안을 부결시켰다.

미국 의회에서는 ‘일사부재의(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내 다시 상정할 수 없음)’ 원칙이 없다. 얼마든지 재투표가 가능하다. 특히 하원에선 과반수 동의만 얻으면 언제든 새 규칙을 만들 수 있다. 법안을 떼었다 붙였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지난 5월 상원은 공화당이 지지하는 TPA와 민주당이 지지하는 TAA 두 안건을 한데 묶어 패키지 법안으로 통과시켜 하원으로 보냈다. 베이너 하원의장은 TPA법안 통과를 쉽게 하기 위해 법안을 둘로 분리해 투표하는 규칙을 만들었지만 민주당의 연계법안 부결 작전으로 실패했다. 베이너 의장은 즉시 재투표를 결정하고 그 시한을 오는 7월 말로 연장했지만 여전히 실패할 가능성이 높자 전략을 바꿔 TPA 법안만 따로 떼 통과시킨 뒤 상원으로 보낸 것이다. 분리된 TPA 법안은 당초 상원을 통과한 패키지 법안과 형식상 별개이기 때문에 다시 상원을 통과해야 한다.

상원에서 통과되려면 60표 이상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앞서 상원이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킬 때 찬성표는 62표였다. 당시 민주당에서 찬성한 의원은 13명이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TPP를 지지하는 민주당 상원의원 13명이 TAA가 없는 TPA 법안만 찬성할지 불투명하다”며 “이들 가운데 3명만 돌아서도 통과가 어렵다”고 전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