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5] 명품샷 보고 실력도 '쑥쑥'…"스타들 스윙 리듬만 직접 보고 익혀도 5타는 줄여요"
“김세영(22·미래에셋)이 루키 때부터 대회 응원을 다녔어요. 별다른 레슨을 받지 않았는데도 신기하게 골프 실력이 슬금슬금 늘더라고요.”

김귀성 하나UBS자산운용 이사(44)는 주말마다 골프 대회장을 찾는 열혈 골프 마니아다. 사업상 골프를 자주 치는 편이지만 ‘필드 라운드 열 번보다 대회 관람 한 번이 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갤러리 예찬론자다. 그는 “어프로치가 부쩍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며 “알고 지내는 팬클럽 회원 한 분은 고질병이던 뒤땅을 없애고 핸디를 5타 정도 줄였다”고 했다.

세계 골프의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는 KLPGA 골프대회를 찾아다니며 샷 기술을 보고 익히려는 ‘스마트 갤러리’가 부쩍 늘고 있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5~6타씩 줄일 수 있다는 게 고참 갤러리들의 공통된 얘기다.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5] 명품샷 보고 실력도 '쑥쑥'…"스타들 스윙 리듬만 직접 보고 익혀도 5타는 줄여요"
○초보 갤러리, 리듬 템포부터 주목

아마추어 갤러리가 대회 초행길부터 드로샷이나 펀치, 로브샷 등의 화려한 기술을 익히는 것은 쉽지 않다. 쉬워 보여도 몸이 유연한 선수들이 고강도 반복 훈련을 통해서만 완성할 수 있는 고난도 샷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게 리듬·템포처럼 시각적으로 기억하기 좋은 부분이다. 효과는 기술 레슨 못지않다. 스포츠마케팅 전문가인 길성종 씨(45)는 “대회 현장을 10년가량 따라다니면서 나도 모르게 선수들의 스윙 리듬과 속도를 익혔다”며 “웬만한 프로 레슨에게서보다 더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드라이버샷부터 퍼팅스트로크까지 똑같은 리듬과 템포를 기계적으로 유지한다. 심지어 페어웨이와 그린 위를 걸어갈 때나 호흡을 할 때도 같은 리듬에 맞출 정도라는 게 골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임경빈 프로는 “일단 리듬과 템포를 눈에 익혔으면 퍼팅의 백스윙 크기를 꼭 보는 게 좋다. 이 크기에 따라 공이 굴러가는 거리가 얼마만큼 달라지는지 표준화해 따라 해볼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루틴’ 중요성 알기만 해도 효과 만점

연습 그린에선 선수들의 독특한 퍼팅 연습을 관찰하는 덤도 얻을 수 있다. 김지현(24·CJ오쇼핑), 박지영(19·하이원리조트) 등은 그린에 티 한 개를 꽂아놓고 퍼팅으로 맞히는 연습을 많이 한다. 박지영은 “홀컵보다 작은 타깃을 상대로 반복해서 연습하면 퍼팅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선수들이 샷을 하기 전 티잉 그라운드에서 똑같이 반복하는 동작인 ‘프리 샷 루틴’도 챙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 루틴이 지켜지지 않으면 미스 샷이 발생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1996년 마스터스 최종라운드가 프리 샷 루틴을 바꿔 참사가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 3라운드까지 6타 차 선두였던 그렉 노먼(호주)은 닉 팔도(영국)에게 5타 차 역전패를 당했다. 30초를 넘지 않던 프리 샷 루틴을 이날 따라 몇 초 더 길게 끈 게 화근이었다. ‘노먼처럼 망치다(normanify)’라는 골프 표현이 생겨난 배경이다.

아마추어 고수라면 어프로치샷 연습 방식에 주목할 만하다. 최근 상승세인 허윤경(25·SBI저축은행)은 캐디를 그린의 다양한 위치로 이동하게 한 뒤 칩샷으로 거리를 맞추는 연습을 즐겨 한다. 캐디가 공을 다시 굴려주기 때문에 공을 가지러 갈 필요 없이 단기간 집중적으로 거리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는 훈련기법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