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탄생한 여행가방 브랜드들이 다양하게 상륙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파비아가 만든 여행가방 전문 브랜드 ‘크래쉬 배기지’는 비이커, 라움 등 국내 유명 편집매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브랜드의 슬로건은 ‘살살 다룰 필요가 없다(Handle without care)’이다. 파비아는 공항에서 수하물이 마구 던져지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겉면이 사정없이 찌그러진 여행가방을 만들었다. 대신 폴리카보네이트와 ABS 등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이탈리아 특유의 화려한 색감을 불어넣었다.
프랑스에서 2008년 설립된 여행가방 브랜드 ‘닷 드랍스’는 모든 제품이 물방울 무늬로 이뤄진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닷 드랍스의 슬로건은 ‘점은 예술이다(Dots are art)’이다. 불필요한 장식을 모두 빼고, 컬러 스티커를 이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그림을 직접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벨기에에서 1993년 탄생한 가방 전문 브랜드 ‘헤드그렌’은 감각적이면서 역동적인 삶을 즐기는 20~40대 도시인을 겨냥하고 있다. 벨기에 특유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바탕으로 여행용 캐리어 외에도 핸드백, 숄더백 등 다양한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신흥 여행가방 브랜드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기존 업체들은 기술력과 기능성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금융맨이 애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 브랜드 ‘투미’에서는 비즈니스 출장에 최적화한 여행가방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대표 제품 중 하나인 ‘테그라라이트 맥스’는 일반적인 여행가방과 달리 가로 방향으로 길쭉한 사각형 캐리어다. 최대 15인치 노트북을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전용 수납공간을 만들었고 서류도 종류별로 분류해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글자를 새겨주는 각인 서비스도 하고 있다.
독일에서 1898년 탄생한 여행가방 전문 브랜드 ‘리모와’는 항공사 루프트한자, 항공기업체 보잉, 통신사 티모바일 등과 손잡고 여행가방과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는 백투고(Bag2Go)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집에서 수하물 체크인을 마친 뒤 가방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추적할 수 있고, 도착지에서는 호텔 객실에서 짐을 배달받는 등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중저가의 대중적 여행가방을 대량 판매해 온 ‘쌤소나이트’도 삼성전자와 스마트 여행가방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활용해 여행가방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누군가 강제로 가방을 열려고 할 때 스마트폰으로 경고 신호를 보내는 등의 기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