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바이에른주, 전 세계 바그너 애호가의 聖地
올해 레퍼토리, 로엔그린·지그프리드…
노르웨이 '몰데 재즈'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축제
美 허비 행콕, 英 제이미 컬럼 등 100회 넘는 공연
오스트리아 빈 '뮤직필름'
비엔나 시청 앞 뮤직필름 축제…유명 공연 상영
해질무렵 시작, 여유롭게 관람…입장료 무료
프랑스 '아비뇽 연극축제'
프랑스 最古의 공연 축제…매년 20만명 관객
정식공연 40편과 그외 번외공연들…예술가들의 성찬
독일 바이에른주의 바이로이트는 4~5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도시다. 하지만 위상은 크기와 무관하다. 바이로이트는 매년 여름이면 불멸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오페라로 떠들썩해진다. 1876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bayreuther-festspiele.de) 때문이다. 바그너가 지은 극장에서 그의 오페라만을 공연하는 축제다.
바그너는 바이로이트에서 1872년부터 1883년까지 살았다. 자신의 오페라를 전문으로 공연하는 ‘리하르트 바그너 축제극장’도 이곳에 지었다. 최적의 음향을 위해 바그너는 건물 전체를 나무로 지어서 울림이 매우 좋다. 극장 자체가 하나의 악기나 다름없다. 이곳은 전 세계 바그너리안(바그너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 ‘성지’로 통한다. 바그너 음악에 최적화된 공연장에서 감상하는 오페라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입장권 구하기가 쉽지 않다. 향후 10년 정도의 공연 예매가 이미 끝났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거리에서 ‘표를 구한다’는 문구를 적어 판매자를 기다리는 이들도 흔하다. 그러나 최근 축제 사무국이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판매하는 등 저변 확대에 나선 만큼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올해 주요 레퍼토리는 오페라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지그프리드’ 등이다. 올해 축제는 7월25일부터 8월28일까지 열린다. 음악축제가 아니더라도 바그너의 팬이라면 언제라도 바이로이트에 들러보자. 노르웨이 ‘몰데 재즈페스티벌’…피오르 웅장한 절경은 덤
노르웨이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 중 하나가 재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축제가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이유다. 1961년부터 시작된 몰데 국제 재즈페스티벌(moldejazz.no)은 노르웨이 서해안의 작은 휴양도시 몰데에서 매년 7월 중순에 개최되고 있다.
이 축제는 ‘스토리빌 재즈 클럽’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시작됐다. 재즈축제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음악 애호가들이 노르웨이 전역에서 모여들었다. 1964년부터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면서 전국적인 축제로 성장했고, 세계적인 재즈 음악가들이 공연을 위해 몰데를 방문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제는 매년 10만여명이 찾는 인기 축제로 성장했다.
축제 기간에는 재즈의 대향연이 벌어진다. 도시 여기저기서 100회 이상의 콘서트가 펼쳐진다. 상당수 공연은 무료라서 부담도 적다. 올해 페스티벌은 7월13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노르웨이 출신 연주가의 재즈 공연 외에 미국의 허비 행콕, 영국의 제이미 컬럼 등의 유명 공연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몰데의 매력은 재즈 페스티벌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고의 볼거리는 ‘몰데 파노라마’로 불리는 경관이다. 롬스달피오르(Romsdalsfjord)를 따라 222개나 되는 눈 덮인 봉우리가 길게 펼쳐지며 장관을 연출한다. 몰데 파노라마를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시 남쪽의 바르덴 산에 오르는 것이다. 해발 407m 높이에서 병풍처럼 펼쳐지는 수많은 산봉우리와 롬스달피오르의 웅장한 풍광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오스트리아 빈 ‘뮤직 필름 페스티벌’…영상으로 만나는 음악회
매년 여름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곳은 시청사 앞이다. 매일 밤마다 뮤직 필름 페스티벌(filmfestival-rathausplatz.at)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을 추모하기 위해 열린 행사에서 비롯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오케스트라, 콘서트, 대중문화 공연 등을 라이브가 아니라 필름에 담아 화면으로 만날 수 있다.
행사는 해가 질 무렵 시작해 2시간 정도 이어진다. 특히 신고딕 양식 건물인 빈 시청사는 조명과 어우러지면서 페스티벌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공연장에서 열리는 행사가 아닌 만큼 격식을 벗어던지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엄격하게 시간을 지킬 필요 없이 원할 때 가면 아무 때나 관람할 수 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만큼 입장료도 필요 없다. 애써 정장을 입고 가지 않아도 된다. 다양한 장르의 유명 공연을 이보다 마음 편하게 즐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축제 기간에는 광장 앞에 다양한 노천식당과 카페가 들어선다. 아침 11시부터 밤 12시까지 인터내셔널 푸트 코트가 운영되기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물론 세계 각국 음식을 만나볼 수 있다. 음악 속에서 축제 분위기를 즐기며 맛있는 음식을 만나는 시간은 여행에 특별함을 더해준다. 매년 관람객이 늘어나 좀처럼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만큼 자리를 확보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올해 축제는 7월4일부터 9월6일까지 열린다. 값비싼 공연이 부담스럽다면 가벼운 차림으로 시청사 앞으로 가보자.
프랑스 ‘아비뇽 연극축제’…발길 닿는 어디서나 공연
세계의 공연축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프랑스 아비뇽 연극축제(festival-avignon.com)다. 1947년 장 빌라르가 출범한 행사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 됐고, 규모 또한 세계적이다. 인구 9만명의 소도시 아비뇽에는 축제 기간 약 20만명의 축제 관계자와 관광객이 찾아온다.
매년 7월 초부터 3주 동안 약 1000개의 공연이 펼쳐진다. 주최 성격에 따라 정식 축제 공연은 인 페스티벌(In Festival)이라고 부른다. 축제 18개월 전부터 주최 측의 선정 작업을 거쳐 선별된 공식 작품들로 구성된다. 세계 최초이거나 프랑스에서 공연되지 않은 작품 40여편을 선정하며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인기다.
정식 공연이 아닌 번외 공연은 오프 페스티벌(Off Festival)이라 부른다. 기발하고 다양한 오프 페스티벌은 축제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장소는 따로 없다. 공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무대가 된다. 길거리를 비롯해 카페, 학교, 창고, 교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공연이 열린다. 정식 공연 대신 자유로운 분위기의 오프 페스티벌만 찾아다니는 이들도 많다. 때로 갯벌 속의 진주도 나타난다. 무명 공연이 인기를 얻으면 추후 공식적으로 초대받기 때문. 무명 예술가들의 도전이 펼쳐지는 장에서 어떤 것을 볼 것인지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아비뇽 연극축제는 더 이상 연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음악, 영화, 춤과 같은 공연은 물론 조각, 회화, 사진 전시회도 벌어지는 종합예술축제로 더욱 풍성하게 변모하고 있다. 올해는 7월4~25일 열린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