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대결 앞둔 삼성물산-엘리엇, 우군 확보 전쟁
삼성물산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우군 확보전에 돌입했다.

21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8일 새 주주명부 작성을 마치고 이를 토대로 세 규합에 나섰다. 주주명부에는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 이름과 주소, 각 주주가 가진 주식 수 등이 담겨 있다. 엘리엇도 이미 지난 16일 삼성물산에 주주명부 열람과 복사를 신청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법적으로 엘리엇의 주주명부 열람 요청을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상법은 단 한 주라도 가진 주주는 주주명부 열람 등을 요청할 수 있으며 회사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삼성과 엘리엇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기관투자가 서비스) 설득에도 뛰어들었다. 삼성물산은 최치훈 사장이 직접 ISS를 찾아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정당성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도 지난 18일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한국어 웹사이트(www.fairdealforsct.com)를 열면서 27쪽 분량의 ISS 제출용 자료를 공개했다.

삼성과 엘리엇은 다음달 7일부터 공식적인 ‘위임장 대결(proxy fight)’에 나설 예정이다. 위임장 대결은 두 진영이 주총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을 넘겨받는 경쟁을 말한다.

주총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속단할 수 없다. 합병은 주총 특별 결의사항으로 주총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삼성과 엘리엇 모두 아직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이 확보한 확실한 우군은 삼성그룹 특수관계인(13.59%)과 백기사(우호세력)인 KCC 5.96%를 합쳐 19.55%다. 엘리엇은 7.12%에 불과하다.

이들 외에 국민연금(10.15%)을 비롯해 일성신약(2.05%), 동부화재(0.09%), 평화산업(0.08%), 한일시멘트(0.05%), 현대해상화재(0.04%), 시공테크(0.02%), 삼지전자(0.01%) 등 국내 기관이 20%가량,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이 26%가량을 갖고 있다. 외국인 주주 중에는 싱가포르투자청, 블랙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선 그동안 삼성물산 주총 참석률에 비춰볼 때 이번 임시주총 참석률은 70%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삼성은 47% 이상(70%의 3분의 2 이상), 엘리엇은 24% 이상(70%의 3분의 1 이상)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주총에서 승리할 수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