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서비스로 인정해 달라"
작곡가 "음악 생태계 흔들"
벤처업계 "새로운 사업모델"
◆음원 사용료 징수조항 신설 요청
지난해 3월 국내시장에 출시된 ‘비트’는 3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모으며 급성장하고 있는 광고기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다. 이용자는 ‘휴식할 때’ ‘운전할 때’ 등 70여개 채널을 통해 라디오처럼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부가서비스를 제외하면 청취는 기본적으로 무 료다. 비트는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광고를 유치해 중간중간 사용자들에게 노출한다.
이 회사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광고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의 음원 사용료 기준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문체부가 승인하는 음악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에는 이 방식에 대한 징수 조항이 없어서다.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용 횟수에 비례해 곡당 7.2원의 저작권료를 내거나(종량제), 월정액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일 때는 50%의 할인율을 적용받아 곡당 3.6원의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정액제).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는 “소비자가 이 채널 저 채널로 옮겨가며 자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서비스는 정액제와 닮았다”며 “지금은 징수 규정에 광고기반 스트리밍 자체가 나와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비싼 종량제 요금을 내고 서비스하고 있는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음악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로는 비트와 삼성전자의 밀크뮤직이 있다. 삼성전자의 밀크뮤직도 종량제 조항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음악·벤처계 찬반의견 팽팽
다른 음원 서비스업체와 작곡가·작사가·가수·연주자 등 음악 권리자들은 새로운 조항 신설에 반발하고 있다. 신건웅 바른음악협동조합 이사는 “비트 같은 광고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회원을 많이 모으면 ‘음악=무료’라는 인식이 확산돼 음악 생태계의 뿌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음악도 광고주의 요구에 맞춰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세계적으로도 스포티파이 등 광고기반 서비스는 권리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유명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해 스포티파이가 자신의 음악을 무료로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것에 반발해 음원 제공을 거부했다.
하지만 벤처업계에서는 음악산업계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음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는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광고기반 스트리망을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에 정식 등재하고, 사용료 혜택을 줘야 다양한 음악 플랫폼이 생겨날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음원 이용료를 받는 기존 모델로는 창업해봐야 이미 있는 플랫폼인 멜론·지니 등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소비자의 선택권 측면에서도 다양한 플랫폼이 나와야 하고, 이는 결국 음악시장의 파이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웹툰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웹툰 콘텐츠가 무료라는 인식을 심었다는 비판과 전체 웹툰시장을 키웠다는 찬사를 동시에 듣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문체부는 오는 7월 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을 개정할 예정이지만 광고기반 스트리밍 방식을 위한 조항을 신설할지는 미지수다. 강민아 문체부 저작권산업과 사무관은 “논의 중이지만 신설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