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아머, 족집게 스타마케팅…나이키 아성 도전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골프대회를 전후해 뉴욕증시에 상장한 한 스포츠의류 및 용품업체 주가가 급등했다. 마스터스의 우승자 조던 스피스를 2013년부터 후원하고 있는 언더아머였다. 대회 전 78달러에 머물던 주가는 대회 직후 87.7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스피스가 21일(현지시간) 끝난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까지 꿰차면서 골프업계에서 언더아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타 군단으로 나이키 아성 위협

언더아머, 족집게 스타마케팅…나이키 아성 도전
언더아머는 주력 상품이 미식축구와 농구 테니스 관련 의류 및 용품이다. 골프부문은 주로 의류만 취급해왔는데 회사 전체 매출의 5%가 채 안 된다. 하지만 스피스 후원을 발판 삼아 골프시장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언더아머가 최근 스피스와 2025년까지 계약했으며, 내년 봄 골프화와 장갑을 내놓는 등 골프용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4월 한정판으로 내놓은 골프화와 드라이버는 ‘스피스 효과’로 판매한 지 이틀 만에 동났다. 스피스가 우승 당시 입은 청색 셔츠와 흰색 바지는 미국 전 매장에서 ‘완판(완전판매)’기록을 세웠고, 온라인 매출은 대회 전보다 100% 늘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해 독일 아디다스를 제치고 미국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2위에 오른 언더아머가 1위 나이키의 아성에 맞서는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언더아머의 눈부신 성장이 나이키의 성공방정식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과 타이거 우즈를 앞세워 농구와 골프 용품시장을 평정한 것처럼 언더아머 역시 각 종목에서 유망한 젊은 선수를 후원하며 사업을 키우고 있다.

언더아머는 영국의 테니스 스타 앤디 머리와 미국 프로야구(MLB)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 미국 프로농구(NBA) 골드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 미국 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 등 종목별로 최고의 ‘스타군단’을 보유하고 있다.

◆고기능성 제품으로 시장 공략

언더아머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케빈 플랭크는 메릴랜드대에서 미식축구선수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고기능성 스포츠 의류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운동할 때마다 땀에 젖어 무거워지는 트레이닝복 대신 통풍과 수분 증발이 잘 되는 기능성 섬유로 승부를 걸었다. 대학 졸업 후 1996년 자본금 1만5000달러로 시작한 회사는 연매출 30억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엔 언더아머의 후원을 받는 선수들이 나이키와 계약한 초특급 선수들을 제치면서 회사 이름값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끝난 NBA 챔피언 결정전에선 커리가 속한 골드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나이키 계약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누르고 40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US오픈과 마스터스 대회에선 스피스가 나이키가 거액을 투자한 로리 매킬로이를 제쳤다.

후원계약을 맺은 선수들의 뛰어난 실적과 맞물려 주가도 고공행진이다. 올해 주가는 22.3% 올라 같은 기간 10.7% 상승에 그친 나이키를 훨씬 웃돌았다.

플랭크 CEO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선수 시절 땀에 흠뻑 젖은 운동복을 챙기면서 왜 누군가 더 나은 제품을 만들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기업가는 이론과 가설을 세워 사업계획을 짜기보다 생산현장에 곧바로 내려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직접 부딪혀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