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의 코스타리카전. 경기 종료 3분 전에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조 최하위로 처지자 윤영길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숙소 곳곳에 짧은 메시지를 적어놨다.

‘왜 그래? 월드컵 끝났어? 스페인 이기면 조 2위다!’

스페인과의 경기를 앞두고선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붙였다. ‘스페인 애들 급해. 시작하면 서두를 거야. 차분하게 기다려. 악착같이 뛰면 기회가 생길 거야.’ 예언처럼 한국은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승리의 기쁨에 도취된 선수들은 숙소에서 또 다른 메시지를 보게 됐다. ‘아직 아니야. 16강에서 끝낼 건 아니잖아. 차분히 준비해 프랑스.’

윤 감독의 이 메시지를 본 선수들은 휴식을 미룬 채 곧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16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한 윤 감독은 선수들이 꼭 필요로 할 때 최적의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였던 것이다.

신간 <메신저>는 짧은 메시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수많은 메신저의 사례를 보여준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고 시대와 역사의 흐름마저 좌우했던 사람들이다. 어떻게 메시지를 활용해 삶을 주도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 안내한다. 메신저가 사용하는 메시지 전달의 법칙을 깨닫는다면 누구나 메신저가 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얘기다.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남훈 씨가 썼다. 수많은 최고경영자(CEO)와 직장인들을 만나면서 경영 현장에서 통용되는 리더십, 자기계발, 성공의 원칙, 의사소통의 기술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역사의 분기점이 된 사건도 이 책 <메신저>의 주목 대상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특정 사진사가 촬영한 사진을 허락없이 홍보물에 싣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당시 저작권법에 따르면 루즈벨트 측이 지불해야 할 사진값만 300만 달러에 달했다. 모든 홍보물을 폐기하고 다시 만들기에는 시간이 없었거니와 도덕성에도 흠집이 날 우려가 있었다. 진퇴양난의 상황. 선거운동본부장은 협상이나 설득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사진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축하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 후보의 홍보물 300만부에 당신의 이름을 넣었습니다. 이제 유명세를 타게 됐지요. 후보자를 위해 1000달러를 후원시는 게 어떨까요?” 그러자 사진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런데 250달러로 깎아주면 안될까요? 미안합니다.” 재치있는 메시지의 변화로 사과까지 받아낸 것이다.

저자인 이 씨는 “역사 속에서 시대를 이끈 모든 인물은 뛰어난 메시지의 창조자였다”며 “기업의 경영 현장과 비즈니스의 전장에서 이 힘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조직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 출판사 RHK.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