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경영권 방어장치' 뺏겠다는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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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사'에 자사주 처분 금지…이종걸 의원 등 법안 기습 발의
재계 "이런 법 어디에도 없다"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도입해야 할 판에
경영권 공격에도 무장해제하란 말이냐"
재계 "이런 법 어디에도 없다"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도입해야 할 판에
경영권 공격에도 무장해제하란 말이냐"
▶마켓인사이트 6월23일 오후 4시17분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추진하는 삼성그룹을 공격하고 있는 것을 계기로 경제계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아 ‘졸속 입법’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23일 국회와 경제계에 따르면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10명은 지난 17일 상장사의 자사주 처분방법을 제한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이 다음달 17일 엘리엇과의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11일 자사주 5.76%를 ‘백기사’ KCC에 매각한 지 엿새 만에 발의한 법안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 계열사 간 합병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다른 기업은 자사주 매각을 통해 우호지분을 모으는 것이 원천 차단된다.
이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고 있다. 이 원내대표 등은 “자사주를 이용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해 주주평등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가 자사주를 처분하려면 원칙적으로 소각하거나 기존 주주에 지분율대로 무상 배분하는 두 가지 방법만 허용된다.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는 △임직원에게 상여금 및 퇴직금으로 지급 △임직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교부 △우리사주조합에 처분 △채무 변제를 위한 처분 등으로 한정했다. 의결권을 부활시킬 목적으로 계열사나 다른 우호세력에 매각하는 방식은 금지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업들의 자사주를 겨냥해 규제 법안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김기준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대기업 계열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분할할 경우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처분하도록 했다. 자사주를 가진 회사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될 경우 기존에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가 사업회사에 대한 지주회사 지분으로 바뀌는 경우를 막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지난 11일 박영선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도 기업 분할로 자사주에 분할 신주를 배정할 때 양도차익에 대해 이연하는 혜택을 없애고 과세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제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연구실 과장은 “자사주를 팔 때 매각 대상자 선정 등의 과정에서 불공정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생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자사주 활용을 무력화하는 것은 경영권 공격을 받는 기업들에 무장 해제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등 선진국들처럼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다른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자사주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추진하는 방식의 자사주 처분 제한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석훈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자사주를 무조건 소각하거나 기존 주주들에게 나눠주라는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는 없다”며 “기업들의 자사주 보유비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도 델라웨어 회사법 등에서 자사주의 자유로운 처분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이번 개정안이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을 계기로 급조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공청회를 열거나 대학 등 연구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 보고서를 받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올초부터 검토된 것으로 삼성물산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번 법안 발의에 서명한 의원들은 이 원내대표를 포함해 김영록 강창일 추미애 신정훈 박영선 안민석 박광온 홍익표 김기준 의원이다.
■ 자사주
회사가 보유한 자사 발행 주식.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자사주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의 의결권 지분율이 높아진다. 자본시장법은 상장사가 주가 안정 등을 목적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추진하는 삼성그룹을 공격하고 있는 것을 계기로 경제계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아 ‘졸속 입법’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23일 국회와 경제계에 따르면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10명은 지난 17일 상장사의 자사주 처분방법을 제한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이 다음달 17일 엘리엇과의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11일 자사주 5.76%를 ‘백기사’ KCC에 매각한 지 엿새 만에 발의한 법안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 계열사 간 합병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다른 기업은 자사주 매각을 통해 우호지분을 모으는 것이 원천 차단된다.
이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고 있다. 이 원내대표 등은 “자사주를 이용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해 주주평등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가 자사주를 처분하려면 원칙적으로 소각하거나 기존 주주에 지분율대로 무상 배분하는 두 가지 방법만 허용된다.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는 △임직원에게 상여금 및 퇴직금으로 지급 △임직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교부 △우리사주조합에 처분 △채무 변제를 위한 처분 등으로 한정했다. 의결권을 부활시킬 목적으로 계열사나 다른 우호세력에 매각하는 방식은 금지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업들의 자사주를 겨냥해 규제 법안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김기준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대기업 계열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분할할 경우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처분하도록 했다. 자사주를 가진 회사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될 경우 기존에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가 사업회사에 대한 지주회사 지분으로 바뀌는 경우를 막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지난 11일 박영선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도 기업 분할로 자사주에 분할 신주를 배정할 때 양도차익에 대해 이연하는 혜택을 없애고 과세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제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연구실 과장은 “자사주를 팔 때 매각 대상자 선정 등의 과정에서 불공정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생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자사주 활용을 무력화하는 것은 경영권 공격을 받는 기업들에 무장 해제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등 선진국들처럼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다른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자사주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추진하는 방식의 자사주 처분 제한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석훈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자사주를 무조건 소각하거나 기존 주주들에게 나눠주라는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는 없다”며 “기업들의 자사주 보유비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도 델라웨어 회사법 등에서 자사주의 자유로운 처분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이번 개정안이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을 계기로 급조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공청회를 열거나 대학 등 연구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 보고서를 받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올초부터 검토된 것으로 삼성물산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번 법안 발의에 서명한 의원들은 이 원내대표를 포함해 김영록 강창일 추미애 신정훈 박영선 안민석 박광온 홍익표 김기준 의원이다.
■ 자사주
회사가 보유한 자사 발행 주식.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자사주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의 의결권 지분율이 높아진다. 자본시장법은 상장사가 주가 안정 등을 목적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