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광고에서 독특한 인상을 남기며 오랜 기간 이미지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분기마다 한 가지 이상 신제품이 출시되며 각 사에서 그리고 수입 제품까지 광고가 상당한 매체량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호소하고 있으니까.

2015년 삼성은 갤럭시S6, S6엣지의 동시 출시를 앞두고 상당 기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누가 봐도 단발로 끝낼 광고가 아니라 긴 시간 동안 노출할 것이며 이미지를 확고하게 가져가기로 마음먹은 광고를 선보였다. 젊은 층엔 최첨단 스마트폰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클래식한 영화 ‘아마데우스’풍의 이 광고가 약간은 낯설었을 것이다. 그러나 출시에 이어 계속 진행된 세 편의 시리즈를 보면 단순한 클래식의 재현이 아닌 시 공간을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에 새로운 제품이 매개체로 연결되는 이야기의 특별함을 확인하게 된다. 이 시리즈 전체의 콘셉트는 “눈부시게, 모든 것을 새롭게”라고 한다.

매력적인 여자가 차를 타고 고급스럽고 거대한 집을 향해 질주한다. 거대한 혜성이 궁전 안으로 떨어지고, 혜성이 폭발하며 나타난 보석의 아름다움, 그 안의 갤럭시 S6. 휴대폰을 집어드는 여자. 여기에 이미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우드키드(Woodkid)’의 ‘아이언(Iron)’이라는 배경음악(BGM)은 심장을 터트릴 것 같은 강렬한 드럼비트로 화면의 역동성과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원석(Gemstone)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뿜어내는 갤럭시S6의 등장을 마치 보석의 탄생처럼 보여주며 새로워진 디자인의 강점을 전면에 강조하고 있다. 4월과 5월에는 2, 3편을 잇따라 내놨다.

무선 충전기 위에 갤럭시S6를 올려놓는 남성. “새로운 자유, 무선 충전” 충전이 되자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뛰어나가 서 있는 여자(1편에 나왔던 그녀)를 촬영한다. “새롭게 열리는 퀵 카메라”라는 콘셉트며 세 편의 시리즈 중 유일하게 현대 시점으로 촬영됐다.

1편에 나왔던 궁전 안에서 화려한 무도회가 한창 벌어진다. 여주인공이 떨어지는 혜성을 따라가 블루 토파즈 컬러의 갤럭시S6를 잡는다. 그 휴대폰을 가지고 무도회장으로 들어가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고, 2편에 나왔던 남성과 눈빛을 교환하는 여주인공. “정말 빛나지 않나요” “당신이 더 빛나는 걸요”라는 자막으로 마음속 대화를 나눈다.

즉 3편에서 이 둘의 만남의 시작을 보여주고 2편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랑의 모습, 1편은 자신이 처음으로 제품과 남자를 만났던 궁으로 혜성을 따라 빨려가듯이 제품을 따라가는, 어찌 보면 이야기가 물고 물리지만 제품의 탄생은 데자뷔처럼 반복되는 원형구조에서 돌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3편 컬러 편에서의 인물 연출에 큰 흥미를 갖게 됐다. 이안 감독의 ‘센스 앤 센서빌리티’도 생각났고 무도회장에서 시선을 돌리는 남녀의 표정과 움직임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도 연상되고 아주 흥미로웠다.

이 광고를 한국 감독이 연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였다. 처음 이 시리즈를 보면서 당연히 외국의 감독을 기용했을 거라 혼자 추측했기 때문이다.

이 세 편의 시리즈는 프랑스 파리와 체코 프라하에서 촬영됐다. 제작에 참여한 이 두 사람은 원석을 강조하며 이미지에 치중하는 클래식한 공간과 현대적인 메탈과 글래스 바디의 새로운 디자인을 강조한 ‘넥스트 이즈 나우(NEXT IS NOW)’ 시리즈에서 성공적인 합을 맞췄다.

모처럼 비슷비슷한 모델 또는 기능 위주의 광고 사이에서 확실히 차별되는 이미지 중심의 영화 같은 갤럭시S6 시리즈 광고가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낯설게 보일 정도로 오랜만에 보는 진지한 광고였고 기왕 시작한 갤럭시S 시리즈의 광고 방향성을 흔들지 말고 장기적으로 가져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계속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신제품마다 매번 새로운 소구방법을 사용하지 말고 갤럭시S 광고라는 것을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고 ‘백투더퓨처’처럼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흥미진진한 시리즈를 계속 보고 싶다.

강두필 <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