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성능 강조는 식상
청바지·청각장애 디자이너 등장
젊은 이미지로 감성 터치
과거에 화제가 됐던 자동차 광고를 생각해보면 제품의 우수성을 직접 보여주는 것보다는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광고가 소비자의 기억에 더 남았다. 엔진소리가 조용해서 편안한 주행감과 승차감이 뛰어남을 표현한 광고였다. 이번 K3 광고도 제품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좋은 광고다.
먼저 미국의 파슨스스쿨을 졸업한 디자이너는 청각 장애로 인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젊은이를 모델로 선정했다. 강신도 디자이너다. K3가 가지고 있는 도전과 극복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찢어지고 상처가 날수록 더 멋진 워싱이 만들어지듯 지금은 힘들어도 끝까지 꿈을 꾸고 너만의 길을 가라”고. 편견을 찬사로 바꾼 디자이너가 젊은이에 전하는 메시지다.
둘째로 이 광고는 자동차 성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예를 들어 속도를 증가시키거나 어느 유명 지역에서 자동차가 커브길을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단지 ‘드리프트’(운전자가 자동차의 컨트롤을 유지하면서 의도적으로 뒷바퀴를 미끌리게 하면서 코너를 통과하는 기술)를 통해 자동차가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을 대신 얘기해준다. 자동차가 제대로 제어되며 회색연기 속에서도 자동차가 빛나게 된다. 소비자들은 바로 이런 점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타고 있는 자동차가 나타내는 이미지를 담고 있는 광고를 원하는 것이다.
셋째로 광고는 청바지 워싱을 자동차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워싱을 통해 청바지의 개성을 나타내듯이 K3도 워싱을 통해 젊은이들이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을 표현했다. 이 자유로움은 결국 K3 브랜드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다. K3는 이 광고를 통해 젊음을 표현하고 있다. 젊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표현할 수 있다. 이 광고는 결국 청바지 원단에 K3 자동차가 하는 대로 워싱이 되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자유로움을 나타낸다. 젊은이들은 누구인가. 백지에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림을 그리고 채워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두려움이 있지만 그 여백을 채워갈 때, 그들은 행복과 만족을 누리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완성을 향해 노력한다. 이 광고는 젊은이들에게 도전과 성취를 뜻하는 좋은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는 듯하다.
넷째로 K3 드리프트를 이용해 청바지를 워싱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창의성이 돋보인다. 우리는 젊음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자동차의 드리프트를 통해 젊음의 상징인 청바지를 꾸민다는 생각은 제품 또는 브랜드가 가지는 이미지를 나타내는 최상의 표현인 듯싶다.
마지막으로 청바지는 드리프트를 통해 상처를 입게 된다. 상처는 곧 아픔으로 전달된다. 그렇지만 이 아픔으로 인해 더 멋진 청바지가 완성된다. 아마도 오늘날 아픔이 많은 젊은이를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회자됐는데 이 광고는 그 아픔이 아픔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더 멋진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좋은 광고임에 틀림없다.
자동차 광고는 이성과 감성적 소구 방법을 동시에 많이 활용한다. 그래서 때로는 자동차의 기능에, 때로는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물론 현재는 감성적 소구를 더 많이 활용하는 듯하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 디자이너 강성도를 통한 차별에 대한 극복, 청바지가 가진 젊음, 드리프트를 통해 표현된 자유로움 등 단 15초 광고로도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앞으로 이런 울림을 줄 수 있는 좋은 광고가 많이 등장해 광고와 함께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심성욱 <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