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방송 광고의 요건은 이미 다 나와 있다. 상품의 특성을 간략하게 알리는 캐치프레이즈, 귀에 쏙 들어오는 중독적인 노래(CM), 그리고 유사상품들과 차별되는 지점을 집중 공략하는 지향점. 그러나 공식만 잘 알고 있다 해서 문제가 쉽게 풀리는 건 아니다. 결국은 응용력이다. 같은 성공 공식들을 손에 쥐고 짜내더라도 이를 해석하는 방향에서 너무 낡거나 천편일률적으로 가다 보면 오히려 망신스러운 광고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롯데카드 신상품 ‘롯데올마이쇼핑카드’의 방송광고 시리즈 중 ‘프리론칭’ 편은 바로 이 모든 공식이 가장 적절하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연결돼 큰 효과를 얻어낸 사례다. 아니나 다를까 ‘2015 상반기 고객감동 방송광고’로 선정됐다.

롯데올마이쇼핑카드의 캐치프레이즈는 단순하다. “쇼핑하는 곳이 다 할인받는 곳!” 애초 롯데올마이쇼핑카드란 상품의 성격 자체가 그렇다. 모든 쇼핑업종에서 5% 할인되고 대중교통, 점심시간, 이동통신, 해외이용금액(4가지 혜택 중 선택해 발급)에서 10% 더 할인되는 쇼핑카드다.

이 지점을 설명하기 위해 롯데올마이쇼핑카드는 다양한 각도에서 상품 특성을 조명했다. ‘아이엄마’ 편, ‘직장인’ 편, ‘할머니’ 편 등 주로 고객 입장에서 다양한 측면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이 같은 설명과 공지의 집대성을 이룬 광고가 바로 ‘다 할인받는 곳’ 편이다.

화면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건 ‘나릿골 말랑이수퍼’란 이름의 동네 슈퍼 간판이다. 그러곤 ‘알뜰 홈마트 나들가게’ ‘월드마트’ ‘진짜 수퍼’ ‘사러가 수퍼’ 등 가깝고 친근한 소매점들을 늘어놓는다. 그 사이사이로 동아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대형 매장들의 모습이 섞여 들어가고, 24시간 편의점 C&U 프랜차이즈 외관도 보인다. 여기에 GS샵, 11번가와 같은 인터넷 쇼핑몰까지 겹쳐진다.

실제로 ‘어디서든 다’ 된다는 얘기다. 쇼핑하는 곳 전체가 다 할인받는 곳이란 캐치프레이즈를 알리기 위해 고의로 촌스럽게 여겨지는 이름의 동네 슈퍼 간판들을 골랐다. 그렇게 메시지 인지를 극단적으로 높이는 한편, 롯데그룹 차원에서 봤을 때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대형매장들까지 소개하는 파격을 보였다. 그런 식으로 기존 대기업들의 ‘우리끼리 시너지’ 통념도 깼다.

CM송은 더 파격적이다. “쇼핑하는 곳이 다 할인받는 곳!”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단 한 글자로 줄였다. ‘다’다. 시작부터 끝까지 광고송은 ‘다’라는 글자 하나로만 노래를 이어간다. 스캣에 가까운 리드미컬한 전개로 계속 ‘다’를 외쳐대며 위 다양한 매장 영상들과 합을 맞춘다. 극단적인 메시지 압축 형태인 만큼 기억에도 잘 남고 중독적인 구석도 충분하다.

그렇게 영상과 음악이 진행되다, 어느 순간 화면은 흰 배경에 단 한 글자로 가득 찬다. 단 한 글자,‘다’다. 온 화면이 ‘다’로 채워지고 난 뒤 소개 멘트가 바로 뒤따른다. “쇼핑하는 곳이 다 할인받는 곳! 롯데올마이쇼핑카드.”

‘다 할인받는 곳’ 편의 강점을 단 하나로 줄인다면, 쉽게 ‘압축’으로 볼 만하다. 다양한 기능 소개나 설명을 과감히 삭제하고, 하나에만 집중했다. ‘어디서든 다 된다’는 것. 이런 홍보이론은 국내에서도 벌써 1980년대부터 도입된 것이다. 공을 여러 개 던지면 받는 사람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모두 놓친다는 것이다. 다양한 상품 특성 중 대표적인 단 하나를 선택해야 제대로 받아낸다는 것인데, 공급자 입장에선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아쉽다. 그렇기에 알면서도 이 같은 딜레마를 말끔히 극복해 하나만 던지는 사례가 극히 적은 것이다.

‘다 할인받는 곳’ 편은 이에 성공한 많지 않은 사례 중 하나인 동시에, 그 단 하나의 공을 훨씬 더 받기 쉬운 메시지, ‘단 한 글자’로까지 줄여내는 과감함까지 보여줬다. 그 ‘단 한 글자’를 가장 앞으로 내세우며 CM송을 통해 연발하는 재치도 동원했다. 이렇게 파격적이고 엔터테이닝한 방식을 통해 메시지 압축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 그리고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기억에 남는 광고란 여러 종류다. 영상이 아름다웠던 광고, 코믹 묘사가 일품이었던 광고, 노래를 계속 읊게 되는 광고 등등. 롯데올마이쇼핑카드도 곧 그런 광고 중 하나로 남게 될 것 같다. 적어도 시청자들은 단 한 글자만큼은 절대 못 잊게 될 것이다. ‘다’

이문원 < 광고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