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신·송진화 씨 나란히 개인전 "나무조각에 빠져 직업도 바꿨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운명적인 만남이란 이런 것일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것처럼 우연한 기회에 나무에 매료돼 생업마저 버리고 평생 나무조각에 매달려온 여성작가들이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조각가로 길을 바꾼 김윤신 씨(80)와 송진화 씨(53)다. 이들이 예술인생을 되돌아보는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씨는 서울 서초동 한원미술관에서 회고전 ‘영혼의 노래, 김윤신 화업 60년’을 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남미 최초의 한국인 미술관인 김윤신미술관을 2008년 개관해 운영하는 김씨는 국내보다 아르헨티나에서 더 오래 활동했다.
상명대 조소과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1983년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갔다가 광활한 자연 속 나무들을 보고 이민을 결심했다. 이듬해 조각가로 남겠다며 학교에 사표를 내고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보통 나무보다 더 단단하고 무거운 아르헨티나산 나무를 이용해 단순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조각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 작품은 70여점. 그의 작품에서 묵직한 힘과 울림이 느껴진다. 남미 원시부족이 쓰는 문양을 동양적인 간결한 형태로 해석한 작품들도 보인다. 올해 팔순인 김씨는 “지금도 망치와 전기톱을 들고 하루에 8시간씩 조각을 한다”며 “생각을 비우고 나무와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개인전 ‘너에게로 가는 길’을 열고 있는 송씨는 마흔이 넘어 홀린 듯 조각작업에 뛰어들었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미술입시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어느 날 나무 소품을 갖고 싶어서 나무토막을 주워다 다듬은 것이 조각을 하게 된 계기다. 그는 “망치와 끌로 조각을 하면서 이전까지는 몰랐던 자유를 느꼈다”고 말했다.
정식으로 조각을 배운 적이 없는 그의 작품은 정형화되지 않고 형태가 유연하다. 흠이 났거나 굽은 나무도 구태여 깔끔하게 손질하지 않는다. ‘엄마의 청춘’은 갈라지고 파인 소나무 재질을 그대로 살려 어머니를 표현했다. 조각에 작가의 경험과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 공감을 주는 것도 특징이다. ‘그리운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한’이라는 작품은 흰 원피스를 입고 어딘가에 걸터앉아 턱을 괸 채 상념에 잠긴 여성을 표현했다.
송씨는 외로움이나 울화 등 내면의 치열한 고민을 다루는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신작 40여점을 내놓은 이번 전시는 천진난만하고 따뜻한 분위기다. 그는 “나무를 만지고 조각하면서 조금씩 삶과 화해하며 스스로를 이해해 가고 있다”며 “조각은 나무의 숨겨진 형태를 드러내면서 마음 속 ‘내면의 아이’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두 전시 모두 7월8일까지.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씨는 서울 서초동 한원미술관에서 회고전 ‘영혼의 노래, 김윤신 화업 60년’을 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남미 최초의 한국인 미술관인 김윤신미술관을 2008년 개관해 운영하는 김씨는 국내보다 아르헨티나에서 더 오래 활동했다.
상명대 조소과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1983년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갔다가 광활한 자연 속 나무들을 보고 이민을 결심했다. 이듬해 조각가로 남겠다며 학교에 사표를 내고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보통 나무보다 더 단단하고 무거운 아르헨티나산 나무를 이용해 단순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조각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 작품은 70여점. 그의 작품에서 묵직한 힘과 울림이 느껴진다. 남미 원시부족이 쓰는 문양을 동양적인 간결한 형태로 해석한 작품들도 보인다. 올해 팔순인 김씨는 “지금도 망치와 전기톱을 들고 하루에 8시간씩 조각을 한다”며 “생각을 비우고 나무와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개인전 ‘너에게로 가는 길’을 열고 있는 송씨는 마흔이 넘어 홀린 듯 조각작업에 뛰어들었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미술입시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어느 날 나무 소품을 갖고 싶어서 나무토막을 주워다 다듬은 것이 조각을 하게 된 계기다. 그는 “망치와 끌로 조각을 하면서 이전까지는 몰랐던 자유를 느꼈다”고 말했다.
정식으로 조각을 배운 적이 없는 그의 작품은 정형화되지 않고 형태가 유연하다. 흠이 났거나 굽은 나무도 구태여 깔끔하게 손질하지 않는다. ‘엄마의 청춘’은 갈라지고 파인 소나무 재질을 그대로 살려 어머니를 표현했다. 조각에 작가의 경험과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 공감을 주는 것도 특징이다. ‘그리운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한’이라는 작품은 흰 원피스를 입고 어딘가에 걸터앉아 턱을 괸 채 상념에 잠긴 여성을 표현했다.
송씨는 외로움이나 울화 등 내면의 치열한 고민을 다루는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신작 40여점을 내놓은 이번 전시는 천진난만하고 따뜻한 분위기다. 그는 “나무를 만지고 조각하면서 조금씩 삶과 화해하며 스스로를 이해해 가고 있다”며 “조각은 나무의 숨겨진 형태를 드러내면서 마음 속 ‘내면의 아이’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두 전시 모두 7월8일까지.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