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이 치르는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으로 공공기관과 로펌 등이 로스쿨 출신 법조인을 선발할 때 변호사시험 성적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그동안 로스쿨 법조인 선발은 기준이 불투명해 ‘깜깜이 선발’이란 지적을 받았는데 이런 비판도 해소될 전망이다.

헌재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등 32명이 변호사시험법 18조1항에 대해 낸 위헌확인소송에서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냄에 따라 해당 법률은 효력을 잃었다. 이 조항은 “시험 성적은 시험에 응시한 사람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변호사시험법 제정 당시에는 없었지만 로스쿨 간 과도한 경쟁 및 서열화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며 국회가 2011년 법을 개정했다.

청구인들은 이 조항에 대해 “일반인에게 성적을 비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본인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건 부당하다”며 2011년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수단이 부적절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헌재는 “성적 비공개로 합격자의 능력을 평가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오히려 대학 서열에 따라 합격자를 평가하게 돼 서열화가 더 고착화된다”며 “법학교육 정상화라는 목적은 로스쿨 내의 충실하고 다양한 교과과정 및 엄정한 학사관리 등 다른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공개로 공익을 얻는 것도 아니고 응시자의 알 권리만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공공기관과 로펌 등은 로스쿨 출신 법조인을 뽑을 때 응시자에게 ‘변호사시험 성적을 확인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선발에 명확한 기준이 없어 집안 등 배경을 보고 뽑는다는 불공정 채용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이번 결정으로 모든 논란이 해소될 수는 없겠지만 공정성 시비를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