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초읽기'…최종협상 결렬에 휴일 ATM 현금 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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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 요청 거부
치프라스 "내달 5일 채권단 협상안 국민투표"
월요일 은행 휴무·인출 제한 등 시행할 수도
치프라스 "내달 5일 채권단 협상안 국민투표"
월요일 은행 휴무·인출 제한 등 시행할 수도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의 마감 시한 내 구제금융 협상 타결이 실패로 끝났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오전 1시께 TV로 생중계된 긴급 연설을 통해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일지는 7월5일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스 의회는 하루 뒤인 28일 치프라스 총리의 제안을 찬성 178표, 반대 120표로 통과시켰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안해진 시민들이 주말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 장사진을 치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치프라스 “채권단이 협상 끝장냈다”
채권단은 최종 협상안에서 기존 72억유로 구제금융보다 금액이 대폭 늘어난 12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그리스에 제시했다. 6월 만료되는 구제금융 시한을 오는 11월까지 5개월 연장해주겠다고도 했다. 대신 연금 지출 삭감 등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그리스 측이 강하게 요구해 온 부채 탕감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27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협상 타결이 기대됐지만 협상 파트너인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 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이날 “유감스럽지만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30일로 종료된다”고 협상 결렬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프로그램 한 달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치프라스 총리는 “5개월의 힘든 협상 끝에 채권단은 최후통첩이나 마찬가지인 제안을 내놓으면서 협상을 끝장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채권단의 협상안은 노동·평등·존엄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국민들에게 내달 5일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협상 결렬로 그리스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할 15억유로를 갚지 못하면서 기술적 디폴트에 빠진다. 금융회사가 아닌 국제기구 IMF에 돈을 못 갚는 것은 ‘채무불이행’ 대신 ‘연체’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달 19~20일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35억유로를 상환하지 못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CB에 돈을 갚지 않는 나라가 유로존에 남아있기는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뱅크런 등 그리스 내 혼란 예상돼
가장 급한 불은 그리스 내 혼란이다. 그리스 국민들은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치프라스 총리의 발표를 듣자마자 은행 ATM으로 달려갔다.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이날 하루에만 5억유로(약 6270억원)가량이 빠져나가며 대부분 ATM이 텅텅 비었다.
그리스 은행들은 월요일인 29일에 은행 문을 닫아두는 ‘은행 휴무’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은행들은 890억유로에 이르는 ECB의 긴급 유동성 지원에 의존해 그동안 현금 인출 기능을 유지해 왔다”며 “만약 월요일에 은행 문이 열린다면 본격적으로 뱅크런(대량 예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은행 휴무는 예금 유출은 완전히 차단할 수 있지만 필요한 돈을 빼내 쓰지 못해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자본 통제는 제한된 금액만 인출할 수 있지만 자금 유출 자체를 멈출 수 없는 단점이 있다. FT는 “지금으로선 은행 휴무가 최선의 방법”이라며 “하지만 국민투표가 열리는 날까지 은행 문을 닫아둘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ECB는 28일 회의를 열어 그리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협상이 불발되면 그리스가 ‘미지의 영역’에 들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1974년 이후 처음 열리는 그리스 국민투표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제안을 수용하기로 하더라도 뒤늦게 협상 타결이 이뤄질지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치프라스 “채권단이 협상 끝장냈다”
채권단은 최종 협상안에서 기존 72억유로 구제금융보다 금액이 대폭 늘어난 12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그리스에 제시했다. 6월 만료되는 구제금융 시한을 오는 11월까지 5개월 연장해주겠다고도 했다. 대신 연금 지출 삭감 등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그리스 측이 강하게 요구해 온 부채 탕감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27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협상 타결이 기대됐지만 협상 파트너인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 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이날 “유감스럽지만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30일로 종료된다”고 협상 결렬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프로그램 한 달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치프라스 총리는 “5개월의 힘든 협상 끝에 채권단은 최후통첩이나 마찬가지인 제안을 내놓으면서 협상을 끝장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채권단의 협상안은 노동·평등·존엄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국민들에게 내달 5일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협상 결렬로 그리스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할 15억유로를 갚지 못하면서 기술적 디폴트에 빠진다. 금융회사가 아닌 국제기구 IMF에 돈을 못 갚는 것은 ‘채무불이행’ 대신 ‘연체’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달 19~20일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35억유로를 상환하지 못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CB에 돈을 갚지 않는 나라가 유로존에 남아있기는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뱅크런 등 그리스 내 혼란 예상돼
가장 급한 불은 그리스 내 혼란이다. 그리스 국민들은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치프라스 총리의 발표를 듣자마자 은행 ATM으로 달려갔다.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이날 하루에만 5억유로(약 6270억원)가량이 빠져나가며 대부분 ATM이 텅텅 비었다.
그리스 은행들은 월요일인 29일에 은행 문을 닫아두는 ‘은행 휴무’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은행들은 890억유로에 이르는 ECB의 긴급 유동성 지원에 의존해 그동안 현금 인출 기능을 유지해 왔다”며 “만약 월요일에 은행 문이 열린다면 본격적으로 뱅크런(대량 예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은행 휴무는 예금 유출은 완전히 차단할 수 있지만 필요한 돈을 빼내 쓰지 못해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자본 통제는 제한된 금액만 인출할 수 있지만 자금 유출 자체를 멈출 수 없는 단점이 있다. FT는 “지금으로선 은행 휴무가 최선의 방법”이라며 “하지만 국민투표가 열리는 날까지 은행 문을 닫아둘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ECB는 28일 회의를 열어 그리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협상이 불발되면 그리스가 ‘미지의 영역’에 들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1974년 이후 처음 열리는 그리스 국민투표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제안을 수용하기로 하더라도 뒤늦게 협상 타결이 이뤄질지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