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열풍이 거세지면서 올해 상반기 M&A 규모가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경쟁사들이 앞다퉈 덩치를 키우면서 규모의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같은 업계 안에서 연쇄적인 M&A를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와 증시 활황세 등 기업 인수에 수월한 환경이 갖춰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7년 규모를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체결된 M&A 규모가 2조1500억달러(약 2407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급증했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던 2007년의 4조3000억달러를 추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WSJ는 올해 M&A가 급증한 것은 ‘규모의 게임’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불안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사가 성장할 경우 경쟁사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기업들이 M&A에 적극 나서는 배경이란 것이다. 각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자금이 풍부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올 들어 성사된 M&A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영국 에너지기업인 로열더치셸의 BG그룹 인수다. 로열더치셸은 470억파운드(약 76조4100억원)를 인수비용으로 썼다. 미국 케이블TV업체인 차터커뮤니케이션의 타임워너케이블 인수(553억달러), 미국 반도체업체 아바고테크놀로지의 브로드컴 인수(370억달러)도 올해 상반기 이뤄진 대형 M&A였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