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단골 부도 국가인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8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1816년 독립 이후 모두 일곱 차례 국가 부도를 겪으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2001년에는 930억달러의 초대형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뱅크런과 예금동결, 생필품 부족과 실업률 급등, 대규모 폭동과 시위로 이어지는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아르헨티나는 그러나 석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팔아 외화를 조달하면서 1년 뒤 안정을 되찾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구제금융도 2006년까지 상환했다.

NYT는 경제적 자생력을 갖춘 아르헨티나와 달리 그리스는 디폴트로 이어질 경우 재앙적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구가 1100만명,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2420억달러(2013년 기준)에 불과해 단일 경제권을 이루기 어려울 뿐 아니라 원유와 석유화학제품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취약요인으로 꼽았다. 그나마 관광수입이 늘어날 수 있지만 경제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수준은 아닌 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이탈할 경우 이전에 사용하던 자국 화폐인 드라크마의 구매력이 유로화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