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승리의 해전", 해군총장 "적 다시 도발시 처절하게 응징"
유가족 "국방장관 추모사 늦었지만 고마워…영화로 재조명돼 의미"
영화 '연평해전' 김학순 감독, 배우 김하균씨도 참석


제2연평해전 13주년 기념식이 29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평택 2함대사령부 제2연평해전전적비 앞에서 거행됐다.

기념식은 전사자 유족, 참수리 357정 승조원, 한민구 국방부 장관,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여야 국회의원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영화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과 참수리 357정 갑판장 역의 배우 김하균 씨도 함께했다.

한민구 장관은 추모사에서 "제2연평해전은 우리 장병이 북한의 도발을 온몸으로 막아낸 승리의 해전이며 우리 영해를 한 치도 넘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과시한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정부는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호국용사들의 높은 뜻을 받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직 국방부 장관이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호섭 참모총장도 기념사를 통해 "서해의 영웅들은 적의 기습공격에도 죽음을 각오한 결연한 의지로 적과 싸워 단 한 치의 바다도 용납하지 않고 적을 물리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다시 적이 도발한다면 처절하게 응징해 다시는 우리의 바다와 영토를 감히 넘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기념식 후 유가족들은 전적비 뒤편에 마련된 순직장병의 얼굴 부조상을 어루만지며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픔을 달랬다.

조천형 중사의 유가족들은 조 중사의 딸(중학교 1학년)의 손을 잡아 부조상으로 이끌며 "아빠가 여기 있다. 네 아빠가…"라고 흐느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조 중사의 부인 강정순 씨는 "딸이 백일 때 남편이 순직했다"며 "사진으로만 보다가 최근 영화 연평해전을 본 뒤 아빠를 무척 자랑스러워한다"며 "시사회 때 봤고 이번 주 딸의 기말고사가 끝나면 가족들과 영화를 한 번 더 볼 계획"이라고 했다.

윤영하 소령의 부친 두호 씨는 국방부 장관의 추모사와 관련해 "늦었지만 고맙게 생각한다"며 "최근 영화 개봉 등으로 제2연평해전이 재조명돼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전사자의 이름으로 명명돼 2함대에 배치된 유도탄고속함(PKG)인 윤영하함, 한상국함, 서후원함, 조천형함, 황도현함 등을 둘러봤다.

한상국함을 찾은 한상국 중사의 유가족들은 고인이 조타장으로 최후까지 지킨 조타실을 찾아 그의 이름이 새겨진 전투모를 쓰고 회한에 잠기기도 했다.

한 중사의 어머니 문화순 씨는 "아들이 바다와 배를 무척 좋아했다. 조타장이 되고는 그렇게 좋아했다"며 "지금도 눈물을 참고 있다. 다시는 당하지 말라"고 한상국함 승조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제2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정 부정장이었던 이희완 소령은 "영화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추모분위기가 예년과 다른 것 같다"며 "여섯 용사 분들의 정신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어 이날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묵념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천안함 46용사' 묘역도 참배한 한 장관은 제2연평해전에 참전한 바 있는 박경수 상사 묘소에서 묘비를 유심히 살피며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제2연평해전은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열린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께 북한 경비정 2척이 서해 NLL을 넘어와 우리 해군 참수리 357정을 기습공격하면서 벌어졌다.

이 전투로 윤영하 소령을 비롯한 6명이 전사했으며 북한군은 3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경비정은 화염에 휩싸인 채 퇴각했다.

(서울·평택·대전연합뉴스) 이영재 최찬흥 이재림 기자 ljglory@yna.co.kr, chan@yna.co.kr,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