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자신의 모습. 하워드그린버그 갤러리
미국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자신의 모습. 하워드그린버그 갤러리
2007년 겨울, 미국 시카고의 벼룩시장에 사진으로 꽉 찬 상자 하나가 나왔다. 사진 3만여장 분량의 필름과 사진이 들어있는 허름한 상자는 380달러(약 42만3890원)에 팔렸다. 사진 인화점 봉투에 적힌 작가의 이름은 비비안 마이어(1926~2009). 시카고의 몇몇 가정을 오가며 보모로 일하던 무명 사진가였다.

같은 해 유명 사진작가 개리 위노그랜드(1928~1984)의 사진도 시장에 나왔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만9200달러(약 2141만원)에 팔렸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산 두 사진작가의 작품이 한곳에 모였다.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2일 개막하는 ‘비비안 마이어×개리 위노그랜드’전이다. ‘보모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선보이는 마이어의 작품으로는 사진 115점과 8㎜ 영상 9점이 나왔다. 1975년부터 세계를 순회 중인 위노그랜드의 연작 ‘여성은 아름답다’도 함께 전시됐다. 작가가 생전에 직접 인화한 사진 85점과 인터뷰 영상 2점이 출품됐다.

두 작가 모두 수많은 거리 사진을 찍었다. 전시장에 나온 작품들도 계산 없이 포착한 일상적인 풍경을 담고 있다. 기본 주제는 같지만 두 작가의 시선은 그들의 인생만큼이나 다르다. 마이어의 사진은 클로즈업과 롱샷을 오가며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난한 이들과 어린이, 여성을 찍은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위노그랜드는 날카롭고 직설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사진을 찍기 전 양해를 구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는 사람들의 독특한 자세와 표정을 즉흥적으로 포착했다. 중심이 잡힌 구도를 주로 써서 관람객이 어느 부분을 먼저 봐야 하는지 확연하게 드러낸다. 유리창이나 거울에 반사된 상을 주로 찍어 은유적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마이어와 대비된다. 9월20일까지. (02)737-7650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