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온실가스 37% 감축' 뭔지 알고나 결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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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은 못짓고 전기료는 인상해야
에너지산업 경쟁체제 전제돼야
고통 감내할 각오는 돼 있는지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에너지산업 경쟁체제 전제돼야
고통 감내할 각오는 돼 있는지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2008년 G8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하니 선진국이 됐다는 착각이 들었을까. 그 자리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얼리 무버(early mover)가 되겠다고 한껏 허세를 부린 이명박 전 대통령 얘기다. 개도국이니 의무감축국이 아니라는데도 굳이 선도적 역할을 맡겠다고 우겨댔으니 선진국들로선 무척 대견스러웠을 것이다. 헛발질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한데 박근혜 정부도 똑같은 헛발질을 하고 말았다. 스스로 만든 네 가지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는 폐기하고 5안이라는 것을 뚝딱 만들어 유엔에 서둘러 통보해버렸다. 국민과 국회는 들어본 적이 없는 초강력 감축안이다. 카드놀이도 아니고 이게 무슨 속임수인지.
그제 국무회의는 꽤 시끄러웠던 모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제5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계는 산업정책을 총괄한다는 장관이 그동안 어디 갔다가 버스 떠난 뒤 길바닥에 눕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다른 장관들이야 제 코가 석 자다 보니, 온실가스가 뭔지 궁금하지도 않다. 온실가스를 37% 감축한다는 결정은 그렇게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전날 열린 녹색성장위원회도 다르지 않다.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국가 경제에 막대한 여파를 미칠 사안을 왜 환경론자들로 그득한 녹색성장위원회라는 곳에서 결정해야 하는지부터 궁금할 따름이다. 제5안을 창작해낸 정부 관계자와 환경론자들의 기세에 눌려 반대 의견은 쇠귀에 경 읽기가 돼버리고 말았다.
되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국 앞으로가 문제다. 대안은 없다. 원전 증설과 함께 전기요금의 큰 폭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환경부와 외교부 관계자, 녹색성장위원회 위원들, 그리고 국무위원들은 앞으로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할까.
그때 가서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충분한 줄 알았다고.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정부는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3.7%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거짓이다. 생분해가 불가능한 폐기물에너지까지 포함시킨 탓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의 1.4%로 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다. 전망이라도 밝다면 괜찮은데 국토 전반이 산지인 탓에 쉽지 않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5년까지 11%까지 높인다는 목표가 있지만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남은 방법은 원전뿐이다. 그나마 달성 가능하다던 1, 2안에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반영돼 있다. 원전 2기를 신설하는 계획이다. 지난달 7차 계획 공청회에는 강원 삼척, 경북 영덕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몰려들어 원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원전 2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고리원전 1호기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데도 ‘여론’이라는 것에 떠밀려 가동을 중단하고 해체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유엔에 통보한 안을 달성하려면 신설해야 할 원전이 적어도 7~8기다. 가능할까.
석탄 발전이 축소되고 원전은 짓지 못한다. 전기요금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국민의 부담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단가는 석탄의 3.5배, 원자력의 5배다. 지금이야 국제유가가 얼마나 오르건 정부 한마디면 전기요금이 동결되는 나라다. 경기가 나쁘다고 여름 석 달간 전기요금을 깎아주기로 한 정부가 아닌가. 하지만 온실가스 37% 감축 시대에는 불가능하다. 감당해낼 재간이 없다. 게다가 100조원을 넘어선 한전 부채를 한없이 불려서 미래 세대에 물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에너지산업 구조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지금처럼 공기업이 독점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에서는 효율을 높일 수 없다. 에너지 신산업의 태동도 있을 수 없다. 전력이고, 가스고 민영화를 통해 경쟁 시스템을 확보해야 미래가 있다. 정부고, 공기업이고, 국민이고, 에너지 시장의 구조개편을 감내할 자세는 갖추고 있을까.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에너지안보 지수가 회원국 127개국 가운데 103위인 나라다. 아무것도 없는 나라가 아무 생각 없이 37% 감축을 결정했다. 이 사람들 무슨 결정을 한 것인지 알고나 있는지.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그제 국무회의는 꽤 시끄러웠던 모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제5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계는 산업정책을 총괄한다는 장관이 그동안 어디 갔다가 버스 떠난 뒤 길바닥에 눕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다른 장관들이야 제 코가 석 자다 보니, 온실가스가 뭔지 궁금하지도 않다. 온실가스를 37% 감축한다는 결정은 그렇게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전날 열린 녹색성장위원회도 다르지 않다.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국가 경제에 막대한 여파를 미칠 사안을 왜 환경론자들로 그득한 녹색성장위원회라는 곳에서 결정해야 하는지부터 궁금할 따름이다. 제5안을 창작해낸 정부 관계자와 환경론자들의 기세에 눌려 반대 의견은 쇠귀에 경 읽기가 돼버리고 말았다.
되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국 앞으로가 문제다. 대안은 없다. 원전 증설과 함께 전기요금의 큰 폭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환경부와 외교부 관계자, 녹색성장위원회 위원들, 그리고 국무위원들은 앞으로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할까.
그때 가서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충분한 줄 알았다고.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정부는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3.7%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거짓이다. 생분해가 불가능한 폐기물에너지까지 포함시킨 탓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의 1.4%로 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다. 전망이라도 밝다면 괜찮은데 국토 전반이 산지인 탓에 쉽지 않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5년까지 11%까지 높인다는 목표가 있지만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남은 방법은 원전뿐이다. 그나마 달성 가능하다던 1, 2안에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반영돼 있다. 원전 2기를 신설하는 계획이다. 지난달 7차 계획 공청회에는 강원 삼척, 경북 영덕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몰려들어 원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원전 2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고리원전 1호기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데도 ‘여론’이라는 것에 떠밀려 가동을 중단하고 해체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유엔에 통보한 안을 달성하려면 신설해야 할 원전이 적어도 7~8기다. 가능할까.
석탄 발전이 축소되고 원전은 짓지 못한다. 전기요금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국민의 부담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단가는 석탄의 3.5배, 원자력의 5배다. 지금이야 국제유가가 얼마나 오르건 정부 한마디면 전기요금이 동결되는 나라다. 경기가 나쁘다고 여름 석 달간 전기요금을 깎아주기로 한 정부가 아닌가. 하지만 온실가스 37% 감축 시대에는 불가능하다. 감당해낼 재간이 없다. 게다가 100조원을 넘어선 한전 부채를 한없이 불려서 미래 세대에 물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에너지산업 구조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지금처럼 공기업이 독점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에서는 효율을 높일 수 없다. 에너지 신산업의 태동도 있을 수 없다. 전력이고, 가스고 민영화를 통해 경쟁 시스템을 확보해야 미래가 있다. 정부고, 공기업이고, 국민이고, 에너지 시장의 구조개편을 감내할 자세는 갖추고 있을까.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에너지안보 지수가 회원국 127개국 가운데 103위인 나라다. 아무것도 없는 나라가 아무 생각 없이 37% 감축을 결정했다. 이 사람들 무슨 결정을 한 것인지 알고나 있는지.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