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술렁거렸다. 조직 안팎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사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상반기 마지막 날…국민연금 기금본부 '파격인사'로 술렁
○국내대체실 대폭 ‘물갈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대체투자실장 자리에 유상현 기업투자팀장을 승진 기용했다. 이 자리는 국내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PEF) 등 대체투자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윤영목 전 대체투자실장은 신설된 투자자산사후관리강화추진단장으로 이동했다. 대체투자실 산하 기업투자팀장 자리엔 지난달 사학연금에서 영입한 김재범 씨를 선임했다. 대체투자실장이 거느리는 2개 팀 중 나머지 팀(실물투자팀)을 맡았던 최운구 팀장은 운용기획부로 이동했고, 그 자리는 내부 승진자로 채워졌다. 기금운용본부의 다른 7개 부서 인사는 팀장급 3명뿐이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국민연금 국내대체실이 사실상 해체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초 조직 안팎에서는 외부에서 경력으로 영입한 김 팀장이 사후관리강화추진단(실장급)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주임-책임-선임-수석’으로 이어지는 직급 체계 중 가장 높은 ‘수석’으로 영입됐다. 김 팀장보다 한 단계 낮은 ‘선임’역인 유 실장을 김 팀장의 직속상관(대체투자실장)으로 앉힌 것도 관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유 실장(국제경제학과)은 김 팀장(경제학과)의 서울대 1년 후배다. 김 팀장 영입 당시 그렸던 밑그림이 뒤틀려졌다고 보는 근거다.

○‘본부장 임기 2년 짧다’는 지적도

인사권을 행사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격식, 관행보다 능력 위주의 인사가 중요하다”는 원칙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투자실은 보고펀드, H&Q코리아, SBI글로벌인베스트먼트 등 국민연금 위탁 운용사로 선정된 PEF의 사후 관리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종전 관행과 거리가 있는 인사가 나다 보니 불만들이 외부로 표출된다는 지적이다. 유 실장은 추진력이 강하고 적극적인 업무 태도로 홍 본부장과 ‘코드가 맞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갑작스런 인사 배경엔 홍 본부장의 임기도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게 조직 안팎의 분석이다. 기금운용본부장 임기는 2년이며 한 차례(1년) 연임할 수 있다. 홍 본부장은 오는 11월 초 2년 임기를 맞게 되며 이르면 8월쯤 연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기금운용체계 개편, 해외 투자 확대 등 굵직한 현안들이 있어 홍 본부장 교체가 힘들다는 관측이 많지만, 외곽에서 본부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많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1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 전략을 짜야 할 본부장 임기가 짧은 것은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