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에 승소한 삼성물산] 법원 "총수 일가만을 위한 합병 아니다"…제일모직과 합병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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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손 들어준 법원
"합병 시점 불공정하지 않아…삼성물산 저평가 근거도 부족"
진짜 승부처는 '자사주 의결권'…치열한 장외 공방전 계속될 듯
"합병 시점 불공정하지 않아…삼성물산 저평가 근거도 부족"
진짜 승부처는 '자사주 의결권'…치열한 장외 공방전 계속될 듯
삼성이 한고비 넘겼다. 법원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장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KCC에 매각한 자사주(5.76%)의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나오지 않아서다.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삼성물산은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엘리엇은 “실망했다”는 성명을 냈다.
○삼성, 1차전 승리
법원은 엘리엇이 낸 두 건의 가처분 신청 중 ‘주주총회 소집 및 주총에서 합병 결의 금지’에 대해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물산이 KCC에 넘긴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은 17일 임시 주주총회 전까지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날 삼성은 사실상 ‘완승’을 거뒀다. 법원은 엘리엇이 제기한 네 가지 핵심 주장을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우선 ‘합병이 오너 일가의 승계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주에 피해를 준다’는 주장에 대해 “총수 일가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합병 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에 대해서도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된 것”이라며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합병 시점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는 엘리엇 지적도 “주가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특정 시점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했다. ‘삼성전자 등 보유자산에 비해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주장에도 법원은 “회사 보유자산은 주가를 형성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은 “합병 정당성을 사법부에서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합병이 총수 일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에 의미를 부여하며 “합병의 걸림돌이 상당 부분 제거됐다”고 자평했다. 엘리엇이 주장한 사유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된 만큼 합병 추진의 정당성을 얻게 됐다는 분위기다. ○진짜 승부는 ‘자사주 의결권’
삼성이 이날 승리하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당장 법원이 ‘자사주 의결권’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삼성과 엘리엇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법원은 이날 “주총 소집 및 주총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은 (주총 규정상) 주총 2주 전까지 결정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있지만 의결권 금지에 대한 판단은 주총 전까지만 결정을 내려도 된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어 판단을 유보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시간을 갖고 의결권 금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자사주 의결권에 대한 과거 법원 판례는 엇갈린다.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과 SK그룹의 경영권 분쟁 당시 법원은 자사주 매각을 통한 경영권 방어를 인정했다. 그러나 2005년 대림통상 1, 2대 주주 간 경영권 분쟁 당시에는 “주주평등 원칙에 반하는 경우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런 이유로 삼성물산도 엘리엇과 표 대결을 앞두고 최근 우호세력인 KCC에 자사주를 매각했다. 이 자사주의 의결권이 인정돼야 삼성 측은 20%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엘리엇은 자사주 의결권을 막아야 표 대결에서 유리하다.
이에 따라 법원의 2차 심리를 앞두고 삼성과 엘리엇의 장외 공방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용석/김인선 기자 hohoboy@hankyung.com
○삼성, 1차전 승리
법원은 엘리엇이 낸 두 건의 가처분 신청 중 ‘주주총회 소집 및 주총에서 합병 결의 금지’에 대해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물산이 KCC에 넘긴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은 17일 임시 주주총회 전까지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날 삼성은 사실상 ‘완승’을 거뒀다. 법원은 엘리엇이 제기한 네 가지 핵심 주장을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우선 ‘합병이 오너 일가의 승계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주에 피해를 준다’는 주장에 대해 “총수 일가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합병 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에 대해서도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된 것”이라며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합병 시점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는 엘리엇 지적도 “주가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특정 시점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했다. ‘삼성전자 등 보유자산에 비해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주장에도 법원은 “회사 보유자산은 주가를 형성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은 “합병 정당성을 사법부에서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합병이 총수 일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에 의미를 부여하며 “합병의 걸림돌이 상당 부분 제거됐다”고 자평했다. 엘리엇이 주장한 사유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된 만큼 합병 추진의 정당성을 얻게 됐다는 분위기다. ○진짜 승부는 ‘자사주 의결권’
삼성이 이날 승리하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당장 법원이 ‘자사주 의결권’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삼성과 엘리엇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법원은 이날 “주총 소집 및 주총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은 (주총 규정상) 주총 2주 전까지 결정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있지만 의결권 금지에 대한 판단은 주총 전까지만 결정을 내려도 된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어 판단을 유보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시간을 갖고 의결권 금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자사주 의결권에 대한 과거 법원 판례는 엇갈린다.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과 SK그룹의 경영권 분쟁 당시 법원은 자사주 매각을 통한 경영권 방어를 인정했다. 그러나 2005년 대림통상 1, 2대 주주 간 경영권 분쟁 당시에는 “주주평등 원칙에 반하는 경우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런 이유로 삼성물산도 엘리엇과 표 대결을 앞두고 최근 우호세력인 KCC에 자사주를 매각했다. 이 자사주의 의결권이 인정돼야 삼성 측은 20%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엘리엇은 자사주 의결권을 막아야 표 대결에서 유리하다.
이에 따라 법원의 2차 심리를 앞두고 삼성과 엘리엇의 장외 공방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용석/김인선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