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현주 "계열사 펀드도 수익률 낮으면 팔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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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이익이 우선"…사장단 회의서 지시
'자사 펀드 몰아주기' 업계 관행 파괴 나서
해외펀드 비과세 앞두고 시장 주도 '포석'
'자사 펀드 몰아주기' 업계 관행 파괴 나서
해외펀드 비과세 앞두고 시장 주도 '포석'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사진)이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 관행 철폐를 선언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략 펀드라 하더라도 수익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펀드 판매창구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미래에셋그룹은 1일 서울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빌딩에서 박 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각 계열사에 전달했다. 펀드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의 판매 포트폴리오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1분기에 새로 판매한 펀드 중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 비중은 41.61%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생명도 전체 펀드 중 31.91%를 계열사 상품으로 채웠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 이익보다 고객 수익률이 중요하다는 박 회장의 ‘고객동맹’ 철학을 반영한 조치”라며 “계열사 펀드 비중은 정부 규정 상한선인 50%가 될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 0%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생명은 이달부터 펀드운용사에 관계없이 수익률이 우수한 상품을 엄선해 판매하기로 했다.
현재 주요 금융회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은 40% 안팎이다. 금융당국이 2003년 계열사 펀드의 판매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한 ‘펀드 판매 50% 룰’을 도입한 뒤 계열사 편중현상이 다소 완화됐다. 펀드를 파는 증권회사 은행 보험회사 등이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상품을 집중 취급하는 ‘몰아주기’ 관행을 막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였다.
하지만 분기 단위 데이터를 보면 여전히 50% 이상을 계열사 펀드로 채우는 사례도 있다. 계열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다가 연말에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 정부 가이드라인을 맞추는 ‘꼼수’를 쓰는 것이다. 1분기 한 시중은행이 판매한 펀드 중 58.49%가 계열 자산운용사 상품이었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70%대에 달했다.
미래에셋이 단기적으로 계열사 펀드 매출을 희생하면서까지 이처럼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은 것은 수익률을 최우선시하는 방침이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폭넓은 호응을 받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또한 미래에셋이 정부의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로 향후 신규 펀드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를 맞아 시장 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를 미래에셋펀드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 세계 12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해외 주식형펀드 1위 업체다. 수익률 순서대로 펀드 구색을 정한다고 해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이 판매 목록에서 빠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대형 금융회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거처럼 판매 상품 목록 3분의 1 이상을 계열사 상품으로 채우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펀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미래에셋으로선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실험”이라며 “결국 다른 금융사들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기준으로 계열 자산운용사의 판매 비중이 30%를 넘는 곳은 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 기업은행(IBK자산운용), 신한은행(신한BNP파리바), 하이투자증권(하이자산운용) 등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미래에셋그룹은 1일 서울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빌딩에서 박 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각 계열사에 전달했다. 펀드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의 판매 포트폴리오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1분기에 새로 판매한 펀드 중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 비중은 41.61%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생명도 전체 펀드 중 31.91%를 계열사 상품으로 채웠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 이익보다 고객 수익률이 중요하다는 박 회장의 ‘고객동맹’ 철학을 반영한 조치”라며 “계열사 펀드 비중은 정부 규정 상한선인 50%가 될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 0%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생명은 이달부터 펀드운용사에 관계없이 수익률이 우수한 상품을 엄선해 판매하기로 했다.
현재 주요 금융회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은 40% 안팎이다. 금융당국이 2003년 계열사 펀드의 판매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한 ‘펀드 판매 50% 룰’을 도입한 뒤 계열사 편중현상이 다소 완화됐다. 펀드를 파는 증권회사 은행 보험회사 등이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상품을 집중 취급하는 ‘몰아주기’ 관행을 막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였다.
하지만 분기 단위 데이터를 보면 여전히 50% 이상을 계열사 펀드로 채우는 사례도 있다. 계열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다가 연말에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 정부 가이드라인을 맞추는 ‘꼼수’를 쓰는 것이다. 1분기 한 시중은행이 판매한 펀드 중 58.49%가 계열 자산운용사 상품이었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70%대에 달했다.
미래에셋이 단기적으로 계열사 펀드 매출을 희생하면서까지 이처럼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은 것은 수익률을 최우선시하는 방침이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폭넓은 호응을 받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또한 미래에셋이 정부의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로 향후 신규 펀드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를 맞아 시장 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를 미래에셋펀드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 세계 12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해외 주식형펀드 1위 업체다. 수익률 순서대로 펀드 구색을 정한다고 해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이 판매 목록에서 빠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대형 금융회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거처럼 판매 상품 목록 3분의 1 이상을 계열사 상품으로 채우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펀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미래에셋으로선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실험”이라며 “결국 다른 금융사들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기준으로 계열 자산운용사의 판매 비중이 30%를 넘는 곳은 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 기업은행(IBK자산운용), 신한은행(신한BNP파리바), 하이투자증권(하이자산운용) 등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