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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찾은 느티나무도서관에는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 이용자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1층 한쪽에 있는 그네를 타고 놀거나 그림책 열람실에서 어머니 품에 안겨 그림책을 읽었다. 아이를 재운 어머니들이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모습은 여느 카페의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느티나무도서관은 2000년 용인 풍덕천동의 한 아파트 상가 지하에 만들어진 사립문고에서 출발했다. 박영숙 관장은 사재를 털어 도서관을 설립했다. 그는 “이 일대가 빠르게 개발되면서 마을이 사라지고 단지화됐다”며 “그렇기에 느티나무처럼 누구나 와서 책을 읽으며 쉬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도서관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사립 공공도서관’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는다. 도서관 운영시간 연장에 따른 인건비 정도만 지원받는다. 박 관장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장서 구입이나 운영 실무에 도움은 되겠지만 자율성을 잃는다”고 말한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도서관 운영은 박 관장과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이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율’과 ‘개방’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신발을 벗고 편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어도 막는 사람이 없다. 도서 도난 방지 장치도 없고 건물 여러 곳에 출입구가 있다. 일반 도서관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시도다. 박 관장은 “도서관 운영이 아닌 도서관 운동을 하고 있다”며 “규제와 금지보다 이용자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시도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관장은 도서관 마룻바닥의 발자국을 유심히 살핀다. 발자국이 적은 공간은 어떻게 하면 활성화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한다. 이를 바탕으로 1년에 한 번씩 도서관 구조를 바꾼다.
이 도서관은 사립이지만 공공성을 우선시한다. 지역 주민들이 더 많이 책을 볼 수 있도록 손수레에 책을 싣고 주변 상가를 돌아다닌다. 도서관에는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간도 많다. 박 관장은 “느티나무도서관의 지향점은 바쁜 일상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곳,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기획하는 곳, 그런 시도를 응원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