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추경, 성장력 확충에 초점 맞춰야
추가경정예산(추경) 관련 논의가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미와도 맞물려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추경이 조속히 요구된다는 것이다. 2013년 상반기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한국 경제는 올 2분기 들어 잠시 내수회복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하순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큰 폭으로 악화돼 자영업과 서비스부문을 중심으로 내수가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 역시 상반기 5% 이상 감소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그리스 디폴트 파장의 금융시장 충격 등으로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세수 부족은 재연될 전망이어서 이대로 방치할 경우 메르스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지난해 세월호 사태 이후보다 하반기 성장세가 더 낮아지면서 이전의 미약한 회복신호마저 놓칠 우려가 있다.

추경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다 해도 어떤 용도로 얼마를 쓸지가 분명해야 설득력을 가지고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 추경의 규모와 관련해서는 세수결손만 보전하자는 견해, 세수결손에 메르스 피해까지 보전하자는 견해, 성장률 3%와 같은 일정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추가적인 성장세 확충을 가능케 하는 규모로 해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추경 같은 거시경제 안정화정책은 충격에 의한 급격한 경기변동 완화가 목적이므로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 간의 균형을 고려, 세수부족분에 메르스 사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는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입추경 부분을 보면, 지난해의 10조9000억원 세수결손에 이어 올해도 대략 7조~8조원 규모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실제 경상성장률은 예산수립 당시 전망치에 비해 2.6%포인트 낮았다. 올해는 지난해와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올라 관세수입이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렇지만 올해 경상성장률 역시 예산수립 당시 전망치(6.1%)와의 격차가 지난해보다 크게 좁혀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국내총생산(GDP)의 0.2~0.3%(3조~4조5000억원)라고 보면, 재정지출에 따른 산출증가 비율을 나타내는 재정승수 0.49를 기준으로 할 때 6조1000억~9조2000억원의 재정투입이 요구된다. 결국 세수결손과 메르스의 피해 산정 규모, 재정승수 등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대략 13조~17조원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추경의 사용처 면에서는, 인건비와 물건비 등으로 지출하는 소비성 지출이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겠지만 중장기적인 성장력 확충효과를 고려해 자본지출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난해 세월호와 올해 메르스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분야인 관광산업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가 한 예가 될 것이다. 경기부양 효과가 작은 복지지출과 같은 경상이전지출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추경을 통해 경기급락을 막는 일이 필요하다. 몇 가지 조건이 있다. 현 경제상황이 장기적 추세하락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구조개혁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 경기부양과 중장기적 구조개혁 간의 간극을 메우는 서비스산업 활성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아울러 세수부족이 매년 반복되는 문제인 만큼 세입확충이든 지출축소든 정책방향을 속히 정해야 할 것이다. 추경에 따른 부채증가에 대한 대내외적인 불안을 반영해 가계부채와 국가부채, 기업부채 등을 포함해 우리 경제의 전체 부채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진단과 대책 마련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myshin@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