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살아남자. 어떤 환경에서든 살아남는 증권사를 만들자….”

홍원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사진)이 취임 직후부터 항상 되뇌는 말이다. 2013년 홍 사장이 취임할 당시 증권시장 업황은 자타공인 ‘최악’이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후 급감한 주식 거래량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지난해까지 증권업계에선 구조조정의 ‘삭풍’이 거셌다. 하지만 홍 사장은 매년 10%가량 인력을 늘리는 정반대 길을 걸었다. 그는 “비효율적인 부분을 효율적으로,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온 덕분에 구조조정할 필요가 없었다”며 “저비용·고효율 구조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다져진 ‘맨파워’ 덕에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주식시장이 4년 넘게 이어지던 박스권(코스피지수 1800~2050)을 돌파하는 등 증권업황이 회복된 올해 ‘빛’을 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올 1분기에만 1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전체(230억원) 순이익의 90%가량을 벌었다. 자기자본 규모는 대형 증권사 10분의 1 수준인 3442억원이지만 1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2.8%로 업계 2위로 수직상승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매우 좋습니다. 2분기 성과는 어떻게 예상합니까.

“2분기 실적도 1분기 못지않은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합니다. 매출과 수익 면에서 모두 만족스럽습니다. 온라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뿐 아니라 법인영업, 투자은행(IB) 등 모든 부문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수익성이 높은 비결은 무엇입니까.

“증권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ROE인데 이베스트투자증권의 ROE는 다른 증권사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그만큼 효율성이 뛰어나고 수익성이 높은 조직이라는 뜻이죠. 지난 3년간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부문별로 효율성을 높인 점이 주효했습니다.”

▷올 들어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주가가 30% 이상 올랐습니다.

“증권사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연동됩니다. 자기자본이 곧 영업력이기 때문에 자기자본의 가치가 중요하죠. 현재 우리 회사 PBR은 1.4~1.5배 수준으로 메리츠종금증권(2.5배), 키움증권(1.6배)에 이어 업계 3위입니다. 시장에서 적정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계획대로 추진합니까.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베스트투자증권에는 ‘머스트해브아이템(must have item·반드시 가져야 할 상품)’입니다. 온라인 기반 증권사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영역이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리스크 관리와 상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증권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다른 증권사와 컨소시엄을 이루는 형태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방안 등 다양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연내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인가를 받는 1~2곳에 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대주주 지분 매각 문제가 있습니다. 현 사업구조의 지속성이 보장될까요.

“2008년 대주주가 사모펀드(PEF)인 지앤에이(G&A)로 바뀐 이후 지분 매각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었습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임시로 회사를 맡는 것이기 때문이죠. 언젠가 주주가 바뀔 것을 고려해 일을 소홀히 했다면 올해와 같이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을 것입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온라인 DNA’는 무엇입니까.

“저비용과 고효율이 핵심 키워드입니다. 지금은 온라인 주식거래가 일상화됐지만 1999년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온라인 전문 증권사로 출범할 당시엔 점포 없이 고객을 상대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죠. 지금의 인터넷전문은행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없던 개념이었습니다. 무점포, 저비용으로 특화하다 보니 수수료를 낮추는 등 고객 편익이 커졌습니다.”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추천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좋습니다.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살고 있는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으로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기 힘듭니다. 승부를 내기 위해선 해외 주식·펀드로 눈길을 돌려야 합니다. 국내 주식·펀드에 치중했던 포트폴리오가 해외 상품으로 넓혀지는 게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해외 거래소에 상장한 ETF는 기존 펀드보다는 비용이 적고, 주식보다는 리스크가 작기 때문에 해외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고객에게 적합합니다.”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해외시장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미국 시카고, 영국 런던 등 주요 글로벌 파생거래소에 상장된 선물·옵션을 국내 투자자에게 소개했습니다. 다른 증권사보다 발빠르게 고객의 요구에 부응한 덕분에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과 인지도가 높습니다. 고객들이 더 좋은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지난해 말부터 인기 해외상품을 선별해 책자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초엔 투자정보팀과 투자상담팀을 별도로 구성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이베스투자증권의 성장계획은.

“중소형 증권사이기 때문에 양적으로 1등은 할 수 없겠지만 질적으론 1등을 추구할 계획입니다. ROE, 순이익 등 수익성 지표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꾸준히 유지하겠습니다. 자본금 규모가 5000억원 이상으로 커지면 장외 파생 라이선스와 신탁업 라이선스를 신규로 취득할 예정입니다. 라이선스 취득은 어렵지 않지만 사업성을 고려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3년차 증권사 대표(CEO)입니다. 경영철학이 있다면.

“사람이 중요합니다. 인재풀이 넓지 않은 중소형사는 지나치게 개인주의로 흘러가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팀워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보상을 바탕으로 사업부문별 독립성을 키워야 개인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