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주식 투자는 재테크 필수 조건"
“기준금리가 연 1.5%까지 떨어지면서 증시를 전망한다는 것의 효용성이 많이 줄었습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매매 시기를 정하는 게 의미가 없어진 것입니다. 주식 투자가 디폴트옵션(초기 자동가입 설정)이 된 것으로 보면 됩니다.”

박용명 한화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엔 부동산, 현금 등으로 자산관리를 했지만 이제는 모든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주식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저금리·저성장 상황에선 단기 시세차익을 올릴 기회가 적기 때문에 투자 안목을 길게 잡아야 한다”며 “은퇴소득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상품에 자산배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특히 “경영진이 탄탄하고 남들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며 “중국 소비재에 이와 관련한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주 역시 사업모델이 좋지만 가져갈 종목과 가격이 너무 오른 종목은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본부장은 한화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코리아레전드펀드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이 펀드는 소비재, 의료 종목을 대거 편입하며 수익률을 회복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23.47%, 3개월 수익률은 13.45%를 올렸다.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은.

“저금리라 지수 자체로는 기대수익률이 낮다. 때문에 아리랑스마트베타상장지수펀드(ETF)처럼 스마트베타 전략으로 지수 수익률을 뛰어넘는 게 중요하다. 스마트베타 전략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에 저평가·성장주를 선별하는 액티브 전략을 가미해 지수 대비 높은 기대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싼 수수료로 기존 인덱스펀드를 뛰어넘는 수익을 내기 때문에 자산배분 시 관련 상품을 보유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저평가 대형주는 언제쯤 반등할까.

“한화자산운용이 가치투자를 표방하는데, 핵심은 세 가지다. 꾸준한 이익성장과 턴어라운드(실적 반등), 디스카운트 해소 여부가 종목을 고르는 기준이다. 최근 화장품 등 소비재 관련주가 많이 오른 것은 첫 번째 이유 때문이다. 주가가 주춤거리고 있는 대형주라도 지배구조와 인수합병(M&A) 등 디스카운트 요소가 해소되거나 실적 반등이 나타나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올 들어 운용 중인 ‘한화코리아레전드펀드’와 ‘한화자랑스러운한국기업펀드’ 수익률이 개선됐다. 비결이 뭔가.

“전반적인 원칙(톱다운)보다 세부적인 데서 출발하는 ‘보텀업’ 전략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업종지수와 상관없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골라낸다는 얘기다. 최고투자책임자(CIO) 한 명이 지배하는 방식으론 안 된다. 팀원 한 명 한 명이 매긴 기업가치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거친 뒤 모델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새로운 주식이란 건 없다. 종목을 얼마나 깊이 있게 분석하고, 소신 있게 투자하냐에 따라 성과가 갈린다. 결국 우수한 인력과 팀워크가 좋은 성과를 만든다는 얘기다.”

▷제일모직과 삼성전자를 펀드에 담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제일모직은 바이오사업을 강화하는 등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어 사업모델이 나쁘지 않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삼성그룹 전체의 가치가 모두 몰려 있다고 봐도 된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분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는 한 주도 담고 있지 않은데 이유는.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상당수 대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와 환경보호라는 패러다임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현대차가 앞으로 친환경 자동차시장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주가가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것도 그 답변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자동차업종에서도 완성차업체와 부품주가 처한 상황이 다르다. 업종을 전체로 놓고 얘기하기 보단 기업별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중국 소비주 피해가 예상된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매출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오히려 관광객이 줄어든 것을 회사의 경쟁력을 선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중국 관광객은 의료관광 등 고급 관광 쪽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