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충남 공주 공산성.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충남 공주 공산성.
충남 공주·부여, 전북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4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회의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했다. 백제역사유적지구가 한국의 12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고구려, 신라에 비해 덜 주목받았던 백제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 및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군, 정림사지, 나성, 전북 익산 왕궁리 유적, 미륵사지 등 모두 8곳이다. 위원회는 “수도 입지 선정을 통해 백제 역사를 알 수 있고, 불교 사찰을 통해서는 내세관과 종교를, 성곽과 건축물의 하부구조를 통해 독특한 건축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며 “이는 뛰어난 백제 문화와 역사의 증거”라고 평가했다.

WHC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혜은 동국대 지리교육학과 교수는 “백제에는 중국과 한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문화 교류의 증거가 있다”며 “도시 발달과 관련해 탁월한 공간 구성을 입증한 것이 등재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성정용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백제는 경주로 대표되는 신라, 중국과의 관계로 주목받은 고구려 유적에 비해 관심을 덜 받았다”며 “이번 등재로 그간 멸망기 때 의자왕의 이미지만 남아 있던 백제사의 흥망성쇠 전 과정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로 공주와 부여, 익산 등의 관광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전반적인 관광관리 전략과 유산별 방문객 관리 계획을 완성하라”는 WHC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충청남도는 오는 13일 국내 주요 언론사를 초청해 안희정 지사와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둘러보는 팸투어를 실시하는 등 국내외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새로운 세계유산이 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침체한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7~8월로 앞당겨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관광주간’의 주요 방문지로도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번 세계유산 등재에 따라 문화재청과 충청남도, 전라북도, 공주시, 부여군, 익산시가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해 12월부터 추진 중인 ‘백제왕도 핵심유적 복원 정비’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들 도시에 남아 있는 백제 유적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탓에 그동안 일관성 있게 종합정비사업을 펼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과 5개 지자체는 백제문화 중심지인 백제 왕도의 원래 모습을 최대한 복원해 세계적인 역사도시로 세울 계획이다. 지난 3월 문화재청 산하에 설치된 ‘백제왕도 핵심유적 복원 정비 준비단’이 복원·정비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후 추진단으로 전환해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