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 "민예품에 담긴 미감(美感)이 '창작의 열쇠'"
“그저 좋아서 시작한 골동품 수집이 안목을 키워줬습니다. 옛 민예품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미감과 예술성이 제 ‘창작의 열쇠’입니다.”

특유의 화려한 추상 풍경그림 외에 ‘골동품 수집광’으로 유명한 김종학 화백(78·사진)의 말이다. 김 화백은 지난달 9일부터 서울 남현동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에서 자신이 수집한 민예품과 그림 등 3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김종학 컬렉션-창작의 열쇠’전이다.

전시된 민예품은 다양하다. 양반가 사랑채에 놓였던 사방탁자와 절에서 쓰던 궤짝, 시골 농부들이 쓴 나무사다리와 농기구가 함께 놓였다. 모두 선이 간결하고 단정한 모습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 화백은 “민예품을 수집할 땐 연대도 가격도 따지지 않는다”며 “정갈한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들은 쓰임새와 관계없이 모두 모았다”고 말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고 나면 밤에 잠을 자다가도 그 모습이 보고 싶어서 깨어나곤 했다”는 그는 특히 목기를 좋아한다. 서른세 살 때 골동품 중 그나마 값이 싸다는 이유로 산 목기의 탁월한 비례감에 마음을 빼앗겼다. 매일같이 서울 인사동 청계천 장안평 등지를 돌며 수집한 세월이 벌써 50년 가까이 됐다.

수십 년간 골동품을 보며 기른 안목은 창작 활동에도 영향을 줬다. 자수를 놓은 베겟모와 보자기의 화려한 색감은 그의 그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격식을 벗어나 자유자재로 만든 목안(나무오리)과 국수틀에서 보이는 조형성도 작품에 반영했다. 민예품과 함께 그림을 전시한 것도 이런 연결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의 뿌리에서 현대적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예술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든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989년 애써 모은 수집품 중 280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선뜻 기증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외국 전시도 계획 중이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유럽전시도 준비할 계획입니다. 설악산 수장고에 있는 소품도 꺼내 보려고요. 민예품은 한국 문화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전통적인 소재를 가지고 시대를 관통하는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릴 기회가 될 겁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