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대화 - 심언주 (1962~)
네 말은 내 컵 속으로
내 말은 네 컵 속으로

서로를
추어올려 주는 척

컵의 귀를 움켜쥐고

슬그머니
서로의 말을 먹이고 있다

시집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민음사) 中


즐거운 대화는 어떤 음식보다 달콤하고 맛있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몇 시간이 지나도 지겨울 틈이 없습니다. 말이란 음식과도 같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살펴 배가 고프거나 지나치지 않게 배려하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겠지요.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