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책 놓고 연일 공방…미국 공화당 '자중지란'
미국 공화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사진 오른쪽)의 막말이 화근이다. 멕시코계 이민자들을 마약 범죄자와 성폭행범에 비유한 트럼프의 발언이 이민정책과 연결되면서 후보 간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 지지율 1위(CNN 기준, 19%)를 달리고 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왼쪽)는 지난 4일(현지시간) 지지율 2위(12%)인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관련 발언을 정면 공격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트럼프는 지난 수십년간 민주당에 있었던 사람”이라며 “그가 공화당을 대표하지도 않고 그의 견해는 공화당원 주류와 너무 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부인이 멕시코 출신인 부시 전 주지사는 “트럼프는 사람들을 선동하고 주의를 끌기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시 전 주지사가 트럼프를 대놓고 공격한 것은 트럼프의 막말이 히스패닉의 표심을 갉아먹을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즉각 성명을 내고 “오늘 젭 부시가 미국인과 동떨어져 있음을 다시 입증했다”며 “그는 국경치안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부시는 국경을 넘어 우리의 법을 깨는 불법이민자들이 사랑 때문에 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빈정거렸다.

1, 2위 후보 간 난타전에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가세했다. 그는 “멕시코계 미국인에 관한 그의 발언은 심각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파인 티파티 세력의 지원을 받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불법이민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에 주의를 집중시킨 트럼프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