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의 특명…"SK텔레시스 자본잠식 해소하라"
자본잠식에 빠진 SK텔레시스의 대주주 SKC(지분율 79.3%)가 ‘SK텔레시스 구하기’에 나섰다. 지난달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주요 사업을 양도한 데 이어 자체 신용만으로는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는 SK텔레시스를 위해 채무보증도 섰다. SK텔레시스를 2018년까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게 SKC의 목표다.

◆SKC, SK텔레시스 지원 잇따라

SKC는 SK텔레시스가 이달 중 발행할 예정인 4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에 대해 보증을 선다고 6일 공시했다. SK텔레시스는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돼 자체 신용으로는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다. 이를 고려해 SKC가 측면 지원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앞서 SKC는 SK텔레시스가 재무구조 개선과 설비투자 등을 목적으로 지난달 실시한 총 88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700억원을 출자했다. 이어 22억원을 받고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용 화학소재 사업을 SK텔레시스에 양도했다. 이 사업은 SK하이닉스라는 안정적인 수요처가 확보돼 SKC가 올해 400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 사업이다.

1997년 설립해 SK그룹의 통신용 중계기 사업을 전담했던 SK텔레시스는 2009년 휴대폰 단말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980억원,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1461억원 각각 많다.

외부감사 기관인 삼덕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 수 있을지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2018년까지 자본잠식 벗어날 것”

이런 상황에서 SKC가 최근 SK텔레시스를 지원하고 나섰다. SK텔레시스를 내버려둘 경우 회사는 물론 협력업체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볼 것이라는 그룹의 판단이 작용한 때문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SK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형인 최신원 회장이 지난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이사회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SKC 지분 42.3%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SK(주)의 조대식 사장이 3월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SK텔레시스는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임직원 수는 종전 240여명에서 200명 안팎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마케팅 비용 등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차환 및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기업어음(CP) 50억원어치를 SK증권에 매각하기도 했다.

‘실탄 지급(자본 확충), 새 먹거리 확보(반도체 및 LCD 소재사업 이관), 군살빼기(희망퇴직 등)를 통해 2018년까지는 SK텔레시스를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게 SKC의 구상이다. SKC 관계자는 “SK텔레시스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2018년에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