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운신용협동조합의 성공 사례(한경 7월6일자 A1, 3면)는 서민금융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43년 전 환경미화원들이 출자해 만든 청운신협은 자산 8874억원(6월 말 기준)으로 전국 917개 신협 평균자산(676억원)의 13배에 달한다. 저축은행 10위권 수준이다. 지난해 63억원, 올 상반기엔 3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연체율은 1.07%(6월 말 기준)로 대형 시중은행 못지 않다. 매년 출자금의 3~4%를 조합원에게 배당하는 전국 1등 신협이다.

청운신협의 성공 포인트는 금융을 시혜가 아닌 자활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106명의 직원이 4만여 조합원을 직접 관리한다. 직원들은 매일 시장을 돌며 조합원을 만나고 예금을 받는다. 잔심부름, 공과금 대납은 기본이다. 연체가 있으면 왜 생긴 것인지, 또 언제 갚을 수 있을지 다 알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조합원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일어나 갚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조합원은 대부분 전통시장 상인인데 이들은 ‘우리 조합원은 반드시 갚는다’고 믿어주는 신협에 자활의지로 보답하고 있다. 그라민은행의 성공 모델과 궤를 같이한다.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이 실패로 끝난 것은 서민들을 시혜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을 복지라고 말하며 소위 ‘착한 정책’을 잇따라 쏟아냈다. 2008년 이후 햇살론,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 소위 4대 서민금융상품과 신용회복 지원, 장기연체자 채무경감 등 각종 지원 정책을 쏟아냈다. 지난달에는 연 10%대 중금리 대출 도입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빚을 탕감하고, 이자를 낮춰주면 서민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하지만, 취약계층엔 그럴 때마다 오히려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만 높아지고 빚은 더욱 늘어갈 뿐이다. 반시장적 정책 때문에 은행도 골병이 든다.

서민금융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재분배 정책쯤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어떤 경우라도 서민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지원하는 금융이어야 지속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청운신협의 성공사례부터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