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에 발목 잡힌 삼성…국민연금만 쳐다본다
삼성전자가 7일 올 2분기 잠정실적(가이던스)을 발표한다. 지난 4월 갤럭시S6(S6엣지 포함)를 출시할 때만 해도 영업이익이 8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갤럭시S6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7조원을 넘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삼성그룹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러지 않아도 헤지펀드의 공격에 시달리느라 정신이 없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 다른 삼성 계열사 지분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만이 아니다. 영국 헤지펀드 헤르메스도 최근 삼성정밀화학 지분 5%가량을 사들였다. 헤르메스는 2004년 삼성물산을 공격했다가 단기간에 3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고 빠진 펀드다. 이런 이력만으로도 삼성으로선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삼성은 헤지펀드 대응에 온 힘을 쏟는 모습이다. 삼성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엘리엇 대응에 힘을 쏟다보니 다른 경영 현안은 전혀 챙기지 못한다”며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재계에선 “한국이 헤지펀드의 놀이터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국내 대기업은 해외 경쟁사에 비해 괜찮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대주주 지분이 낮고 경영권 보호장치가 부족해 해외 자본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내 대기업들의 주주이익 경시 풍조가 빌미를 줬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헤지펀드가 장기적인 기업가치보다 단기간에 주가를 띄우는 데 주력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엘리엇이 경영에 개입한 미국 주니퍼네트웍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엘리엇의 요구에 따라 인력을 6% 줄였다. 엘리엇이 2013년에 지분을 매입한 넷앱도 전체 인력의 15%를 감원했다. 엘리엇의 공격을 받고 있는 삼성도 이런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다 할 경영권 보호장치가 없는 국내 기업들이 그나마 기댈 곳이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 166곳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도 11.21% 갖고 있다.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삼성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삼성으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주용석 산업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