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러시아의 신용 등급을 기존 ‘BBB-’ 그대로 유지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피치는 지난 3 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적격 마지막 단계인 'BBB-'로 유지했다. 그러나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3대 국 제신용평가사 가운데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투자 적격으로 유지한 곳은 피치가 유일하다.

피치의 결정은 지난해 말 최악의 금융 위기 이후 호전되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피치는 "국제수지 흑자, 외부 차입 수요 둔화 등의 긍정 적 요인과 지정학적 위기(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부정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러시아가 상실했던 경쟁력을 다소 회복했지 만 경제성장 전망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러시아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마이너스 3.5%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1~2%의 낮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피치의 투자 적격 등급 유지 평가에 대해 "예상했던 결정"이라며 "루블화 환율과 인플레율이 위험수위에서 벗어났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으며 국가채무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피치는 지난 4월 중순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과의 회담 뒤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등급 판정을 미뤘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