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힘이 되는 기업] 주특기 살려 사회공헌…기업, 건강사회 든든한 버팀목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복지단체를 찾아가 기부금만 전달하던 활동은 옛말이 됐다. 요즘 기업은 사회공헌에서도 저마다 전공을 살리면서 ‘감동 전도사’가 되려고 노력한다.

현대자동차가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기프트카’ 프로그램이 단적인 예다. 이 프로그램은 생계를 위해 장사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트럭을 사지 못하는 소외계층에 포터 등 차량을 기증하는 사업이다. 세 아이의 아빠인 박용민 씨(41)는 지난해 3월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 그는 20대부터 가전제품 서비스센터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충남 천안에서 출장 수리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데다 지인으로부터 구입한 2000년식 트럭은 고장이 잦았다. 이런 그에게 기프트카 캠페인은 갑자기 찾아온 ‘행운’이었다. 신형 1t 트럭과 창업자금을 지원받은 그는 “가족들과 함께 이웃과 행복을 나누며 열심히 살아가겠다”며 활짝 웃었다.

LG전자는 2006년부터 시각장애인들에게 ‘책 읽어주는 휴대폰’을 기증하고 있다. 이 휴대폰은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도서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휴대폰으로 LG상남도서관의 ‘책 읽어주는 도서관’ 서비스에 접속해 음성으로 제작한 도서를 다운받아 들을 수 있다. 이용료는 무료다.

삼성은 저소득층 중학생의 방과후 학습을 돕기 위해 2012년부터 ‘드림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1년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못하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얘기한 게 도입 계기가 됐다. 정은진 양(19)은 이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비디오 가게가 문을 닫는 바람에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드림클래스에서 대학생 강사를 만나 영어, 수학 지도를 받으며 이런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임직원의 ‘프로보노(probono)’ 활동도 늘고 있다. 프로보노는 원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료 법률 상담을 뜻하는 말. 최근엔 전문인력의 재능 기부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SK는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프로보노 봉사단을 발족했다. 경영, 마케팅, 정보기술(IT) 등 분야별 전문인력 200여명이 참여해 도움이 필요한 기관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글로벌 사회공헌도 빼놓을 수 없는 흐름이다. 롯데는 사단법인 미래숲과 함께 중국 네이멍구 지역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싱크 네이처(think nature)’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사막이자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쿠부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사업이다.

기업들이 이처럼 사회공헌에 적극적인 것은 기업 안팎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공헌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