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남 걱정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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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그리스 사태에 대해 걱정이 많다. 그리스와 채권단의 추가 협상이 워낙 예측불허여서 주가, 금리, 환율 등이 요동을 친다. 그렉시트(Grexit)가 현실화하면 과연 유로존이 유지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물론 한국에도 파장이 미칠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 사태라는 외부변수가 전부는 아니다. 한국은 230여개국과 교역하고 왕래하는 세계적인 개방국가다. 글로벌 경제에서 크고 작은 변수는 늘 생기기 마련이다. 한국이 외부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정작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수출만 해도 그렇다. 그리스 사태로 타격이야 있겠지만, 실은 진작부터 비상이었다. 올 들어 줄곧 마이너스로, 전년 동기보다 5%나 줄었다. 대(對)그리스 수출비중은 0.1%에 불과하다.
정부는 잘한 게 뭐가 있나
다른 경제지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전체 산업 생산은 지난 5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세고, 기업 설비투자도 올 들어 2월을 빼면 계속 마이너스다. 여기에 기업들의 경영실적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700여개 상장·비상장 회사들의 올 1분기 매출액은 4.5% 감소했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1%로 간신히 이익을 냈다. 특히 매출액 증가율은 2012년부터 한 자릿수로 급감하더니, 2014년부터는 아예 마이너스다. 한국 기업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형국이다.
그런데도 정부에는 위기의식이 없다. 물론 추경 11조8000억원을 포함, 22조원의 재정 보강을 하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올해도 세수부족액이 벌써 5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추경은 메르스·가뭄 피해 보상 위주여서 성장률을 기껏 0.3%포인트 올릴 것이란 평가다. 정부가 올 목표 성장률을 3.8%에서 3.1%로 낮춘 것을 보완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추경 규모가 적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비전이 있는지가 문제다. 무엇보다 기업투자 대책이 없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면서 투자를 늘리라고 등만 떠민다. 하반기 경제정책운용 방향도 맹탕이었다. 기업투자가 절실하다면 세제·금융정책과 재정을 그 방향으로 집중해야 할 텐데도, 경기부양을 위해 수십조원을 쓴다며 가공의 숫자만 부풀렸다.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 임금피크제 확대 등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 일자리 돌려막기식 대책이 나열됐던 것도 그 때문이다.
국가 시스템 올 데까지 왔다
정부가 잘한 일이 뭔지 알지 못한다. 유보금 과세,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 등으로 기업 의지만 꺾어왔다.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 규제, 중소기업적합업종 등은 이미 실패했건만 아직도 살아 있다. 금융을 키운다면서 금융복지로 은행을 무력화하고, 노동개혁을 한다면서 기득권을 깨기는커녕 느닷없이 임금을 올리라고 했던 것도 정부였다. 사실 경제민주화에 앞장섰던 것도 다름아닌 정부였지 않나. 노동단체들이 개혁을 거부하는 등 상황이 꼬이게 된 데엔 다 이유가 있다.
국회는 권한 확대에 여념이 없고 노동계는 기득권 지키기에 필사적이다. 여기에 정부는 벌써 개혁에 두 손을 들고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있다. 재정이 복지비용을 감당못해 2033년에 파탄난다는 경고가 나온 지 오래인데도 복지예산은 내년에도 마냥 늘어날 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등 한국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올 데까지 왔다. 서로 남 탓만 하는 사이 성장동력은 떨어지고 점점 그리스를 닮아간다. 누가 누구를 걱정한다는 것인가.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그러나 그리스 사태라는 외부변수가 전부는 아니다. 한국은 230여개국과 교역하고 왕래하는 세계적인 개방국가다. 글로벌 경제에서 크고 작은 변수는 늘 생기기 마련이다. 한국이 외부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정작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수출만 해도 그렇다. 그리스 사태로 타격이야 있겠지만, 실은 진작부터 비상이었다. 올 들어 줄곧 마이너스로, 전년 동기보다 5%나 줄었다. 대(對)그리스 수출비중은 0.1%에 불과하다.
정부는 잘한 게 뭐가 있나
다른 경제지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전체 산업 생산은 지난 5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세고, 기업 설비투자도 올 들어 2월을 빼면 계속 마이너스다. 여기에 기업들의 경영실적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700여개 상장·비상장 회사들의 올 1분기 매출액은 4.5% 감소했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1%로 간신히 이익을 냈다. 특히 매출액 증가율은 2012년부터 한 자릿수로 급감하더니, 2014년부터는 아예 마이너스다. 한국 기업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형국이다.
그런데도 정부에는 위기의식이 없다. 물론 추경 11조8000억원을 포함, 22조원의 재정 보강을 하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올해도 세수부족액이 벌써 5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추경은 메르스·가뭄 피해 보상 위주여서 성장률을 기껏 0.3%포인트 올릴 것이란 평가다. 정부가 올 목표 성장률을 3.8%에서 3.1%로 낮춘 것을 보완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추경 규모가 적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비전이 있는지가 문제다. 무엇보다 기업투자 대책이 없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면서 투자를 늘리라고 등만 떠민다. 하반기 경제정책운용 방향도 맹탕이었다. 기업투자가 절실하다면 세제·금융정책과 재정을 그 방향으로 집중해야 할 텐데도, 경기부양을 위해 수십조원을 쓴다며 가공의 숫자만 부풀렸다.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 임금피크제 확대 등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 일자리 돌려막기식 대책이 나열됐던 것도 그 때문이다.
국가 시스템 올 데까지 왔다
정부가 잘한 일이 뭔지 알지 못한다. 유보금 과세,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 등으로 기업 의지만 꺾어왔다.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 규제, 중소기업적합업종 등은 이미 실패했건만 아직도 살아 있다. 금융을 키운다면서 금융복지로 은행을 무력화하고, 노동개혁을 한다면서 기득권을 깨기는커녕 느닷없이 임금을 올리라고 했던 것도 정부였다. 사실 경제민주화에 앞장섰던 것도 다름아닌 정부였지 않나. 노동단체들이 개혁을 거부하는 등 상황이 꼬이게 된 데엔 다 이유가 있다.
국회는 권한 확대에 여념이 없고 노동계는 기득권 지키기에 필사적이다. 여기에 정부는 벌써 개혁에 두 손을 들고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있다. 재정이 복지비용을 감당못해 2033년에 파탄난다는 경고가 나온 지 오래인데도 복지예산은 내년에도 마냥 늘어날 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등 한국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올 데까지 왔다. 서로 남 탓만 하는 사이 성장동력은 떨어지고 점점 그리스를 닮아간다. 누가 누구를 걱정한다는 것인가.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