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새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초대 음악감독이 지난 7일 합주 방식의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금난새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초대 음악감독이 지난 7일 합주 방식의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몰아치듯 연주하되 뒤쪽의 ‘솔’을 너무 크게 연주하지 않도록 하세요. 이제 다 같이 연주해볼까요.”

지난 7일 서울 평창동 서울예고 5층 강당.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 등의 파트를 맡은 42명의 연주로 차이코프스키 5번 교향곡 1악장이 울려 퍼졌다. 소절마다 특정 파트 연주자만 다시 연주해보기도 하고 합주도 하는 등 여느 오케스트라의 연습 장면과 다를 바 없었지만 실은 오디션을 치르는 자리였다. 국내 최초로 실기 전형에 합주를 도입하는 등 창단 과정부터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칭·이하 한경필)의 단원 선발 과정이 이날 끝났다.

◆국내 최초 ‘합주 선발’

한국경제신문이 ‘문화와 경제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창단한 한경필의 단원 모집 오디션이 4일과 7일 이틀에 걸쳐 펼쳐졌다. 420여명의 지원자가 몰린 가운데 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예고에서 개인별 1차 오디션이 진행됐다. 7일 오전에는 1차 오디션을 통과한 42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심화된 개인별 오디션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오케스트라 합주 오디션이 열렸다.

오케스트라 단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합주 심사를 도입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금난새 초대 음악감독은 “합주를 해봄으로써 지원자는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파악할 수 있고, 심사위원은 각 지원자가 얼마나 다른 사람의 소리를 배려하며 하모니를 이루는지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후 2시부터 세 시간가량 이어진 오케스트라 합주에는 10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해 함께 연주하며 해당 파트 지원자의 역량을 여러모로 살펴봤다.

금 음악감독은 열정적으로 지휘하다가 특정 소절의 리듬감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한 파트를 연주시킨 뒤 다른 파트 연주자에게 “방금 음이 어땠느냐”고 질문했다. “(피치가) 높았어요, 낮았어요? 오케스트라에선 자기 분야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모든 음이 맞춰져서 화합을 이루는 만큼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힘들지만 진짜 실력 볼 수 있어”

지원자들 사이에서 오디션 방식이 신선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 바이올린 연주자는 “1차 오디션 이후 공지했지만 처음 접하는 방식의 평가여서 당황스럽기는 했다”며 “(합주 오디션이) 지원자는 힘들지만 진짜 실력을 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지원자는 “오케스트라에 정말 적합한 단원을 가려낼 수 있는 것 같다”며 “학부 때 많이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이지만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신문사가 창단한 첫 오케스트라라는 점에서 젊은 음악인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4일 오디션을 치른 한 응시자는 “신문사가 오케스트라를 지원한다는 점이 든든하다”며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 관심이 컸다”고 설명했다.

최종 선발 결과는 이달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금 음악감독은 “(단원을) 뽑고 나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등 해외에서 의미 있는 연주활동을 할 계획”이라며 “훌륭한 단원들과 함께 펼칠 오케스트라활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