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적자에 '직격탄'…상가들 폐업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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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평균 인구 270명↓…영세상인 "전기료 못낼 판"
동구 집값 '나홀로 역주행'…빈집도 빠르게 늘어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 준비…주민들 "가뜩이나 힘든데…"
동구 집값 '나홀로 역주행'…빈집도 빠르게 늘어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 준비…주민들 "가뜩이나 힘든데…"
외환위기 때도 불황을 겪지 않았던 울산시 동구 지역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40여년 만에 전례가 없는 불황에 휩싸이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해 3000명 이상의 근로자가 동구를 떠났다. 집값이 떨어지고 상가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동구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준비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노조에 대해 “가뜩이나 어려운 동구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 동구, 집값 하락
8일 현대중공업 인근의 일산해수욕장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원룸·주택 ‘급매’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A중개업소의 김태식 사장은 “지난해만 해도 웃돈을 주고도 원룸 매물 찾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손님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식당 주인은 “작년 이맘때면 해수욕장 일대가 밤새 붐벼 장사도 잘됐는데 올해는 전기료도 못 낼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는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을 만큼 투자 유망지로 꼽혔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조2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냈지만 주민들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까지도 연속 적자를 내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해양플랜트본부 ‘골리앗 FPSD’ 프로젝트가 완료되면서 협력업체 직원 4000~5000명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고 울산을 떠났다. 중공업 임직원 1500여명도 희망퇴직했다. 동구 지역에는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영산대 부동산연구소가 올 상반기 울산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중구 5.7%, 북구 4.3%, 울산 전체는 평균 3.3%나 오른 반면 동구만 0.3% 하락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울산지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동구 화정동과 동부동은 올 상반기 하락률 1, 2위 지역이 됐다. 2013년 말 17만8468명이던 동구 인구는 지난 6월 말 17만4903명으로 3565명 줄었다. 동구청 관계자는 “올 들어선 한 달 평균 270명 이상이 동구를 떠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의 경영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동구 지역경제는 파탄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민에게 ‘말뫼의 눈물’ 줘선 안 돼
노조는 9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이 나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 12만7560원(기본급 대비 6.77%, 통상임금 대비 3.54%)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고정성과금 250% 보장 등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조선업황 침체와 저가 수주경쟁으로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 3위로 밀려났는데도 무리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회사 측은 “노조는 통상임금 1심 판결결과 적용 등 단체협약에서 다뤄야 할 사안을 요구하고 경영·인사권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회사가 의도적으로 협상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여름휴가 전 타결도 가능하다”고 맞섰다.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2002년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에 있던 조선업체 코쿰스의 골리앗 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될 때 스웨덴 언론은 ‘말뫼가 울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통탄했다”며 “현대중공업 노사가 ‘말뫼의 눈물’을 동구 지역주민에게 안겨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울산 동구, 집값 하락
8일 현대중공업 인근의 일산해수욕장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원룸·주택 ‘급매’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A중개업소의 김태식 사장은 “지난해만 해도 웃돈을 주고도 원룸 매물 찾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손님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식당 주인은 “작년 이맘때면 해수욕장 일대가 밤새 붐벼 장사도 잘됐는데 올해는 전기료도 못 낼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는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을 만큼 투자 유망지로 꼽혔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조2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냈지만 주민들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까지도 연속 적자를 내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해양플랜트본부 ‘골리앗 FPSD’ 프로젝트가 완료되면서 협력업체 직원 4000~5000명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고 울산을 떠났다. 중공업 임직원 1500여명도 희망퇴직했다. 동구 지역에는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영산대 부동산연구소가 올 상반기 울산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중구 5.7%, 북구 4.3%, 울산 전체는 평균 3.3%나 오른 반면 동구만 0.3% 하락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울산지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동구 화정동과 동부동은 올 상반기 하락률 1, 2위 지역이 됐다. 2013년 말 17만8468명이던 동구 인구는 지난 6월 말 17만4903명으로 3565명 줄었다. 동구청 관계자는 “올 들어선 한 달 평균 270명 이상이 동구를 떠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의 경영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동구 지역경제는 파탄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민에게 ‘말뫼의 눈물’ 줘선 안 돼
노조는 9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이 나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 12만7560원(기본급 대비 6.77%, 통상임금 대비 3.54%)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고정성과금 250% 보장 등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조선업황 침체와 저가 수주경쟁으로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 3위로 밀려났는데도 무리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회사 측은 “노조는 통상임금 1심 판결결과 적용 등 단체협약에서 다뤄야 할 사안을 요구하고 경영·인사권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회사가 의도적으로 협상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여름휴가 전 타결도 가능하다”고 맞섰다.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2002년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에 있던 조선업체 코쿰스의 골리앗 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될 때 스웨덴 언론은 ‘말뫼가 울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통탄했다”며 “현대중공업 노사가 ‘말뫼의 눈물’을 동구 지역주민에게 안겨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