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은 가라'…두고두고 쓰는 친환경 '패션 물병' 개발…이젠 할리우드 스타의 '필수품'
플라스틱 물병은 세계 많은 국가들에 골칫거리다.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어 편리하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매년 쏟아지는 플라스틱 물병 중 80%는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 땅에서 제대로 썩지도 않아 토양 오염을 일으킨다. 세계에서 한 해 버려지는 플라스틱 물병은 2000억개에 달한다. 나머지 20%의 플라스틱 물병도 재활용이 아니라 한 번 정도 다른 용도로 쓰이고 나면 다시 쓰레기로 배출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여성 기업인이 있다. 스테인리스강 재질의 친환경 물병을 생산하는 ‘에스웰(S’well)’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사라 카우스(40·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2010년 에스웰을 세운 카우스는 자신의 임무를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물병을 퇴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환경을 보호하는 ‘패션 물병’을 내놓다

카우스가 물병사업을 생각한 것은 2009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다닐 때였다. 그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한 교수가 수업에서 세계 물 위기와 플라스틱 쓰레기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의했는데 그 순간 물병사업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듬해 카우스는 3만달러(약 3400만원)를 투자해 에스웰을 세워 물병 제작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항상 금속 소재로 된 물병을 가지고 다녔지만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환경을 내세운 물병이 이미 시장에 많이 나와 있었던 점을 감안해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옛 우유병에서 영감을 얻어 물병의 외관을 디자인하고 색깔은 남녀 모두에게 무난한 것으로 여겨지는 푸른색을 입혀 첫 제품을 선보였다.

카우스는 물병 기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스테인리스강 재질에 단열처리를 했다. 에스웰의 물병은 24시간 물을 차가운 상태로 유지해줄 뿐 아니라 12시간 동안 보온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가격도 용량에 따라 25달러부터 45달러까지 다양하게 책정했다.

환경보호 미흡한 대형매장엔 판매 안해

'한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은 가라'…두고두고 쓰는 친환경 '패션 물병' 개발…이젠 할리우드 스타의 '필수품'
에스웰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오프라 윈프리 효과’ 덕분이었다. 이 효과는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방송에서 소개한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을 말한다.

카우스가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된 2011년 윈프리가 발간하는 인기 월간지 ‘오프라 매거진’에서 에스웰의 물병을 추천 여름상품 목록에 올리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대신 잡지사는 물병 색깔을 다양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카우스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다채로운 색상의 물병을 제작했다. 무늬도 소용돌이부터 나뭇결, 가죽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었다.

오프라 매거진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잡지에 소개되자마자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기념품 가게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도 직원과 손님 선물용으로 대량 구입했다. 노스트롬, 네이먼 마르커스 등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 제이크루에 입점하면서 에스웰은 더욱 눈에 띄게 성장했다. 세계적인 커피체인 스타벅스도 바리스타들이 에스웰 물병을 강력 추천하고 손님들도 앞다퉈 찾으면서 매장에 에스웰 물병을 들여놨다. 하지만 카우스는 대형 할인매장과 패스트푸드점엔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다. 이들 기업이 환경보호에 소홀하다는 이유에서다.

에스웰이 현재 생산하는 물병은 모두 96종에 달한다.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소비자들은 에스웰 물병을 액세서리처럼 하나의 패션 소품으로 생각한다. 톰 행크스와 가이 피어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영화 스태프들을 위해 에스웰 물병을 대량 주문하기도 했다. 에스웰의 물병은 이제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통한다. 에스웰은 지난해 전년보다 3배가량 증가한 1300만달러(약 14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에스웰의 물병은 미국, 유럽, 호주, 중동, 아시아 등 3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스타트업 고객과 일하며 사업에 흥미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카우스는 졸업한 뒤 10년 동안 회계법인과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일했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언스트앤영에서 근무할 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고객들과 일하면서 자신이 회계보다 사업에 더 흥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창업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들어갔다.

이후 버려지는 플라스틱 물병을 보며 재활용이 가능하고 고급스러운 물병을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변에서는 그가 회계사를 그만두고 기업인으로 변신한 것에 놀라워한다. 사업가였던 할아버지도 죽기 전까지 물병을 파는 손녀의 사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에스웰 지분 100%를 보유한 카우스는 수익의 10%를 물과 관련된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보다 나은 환경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우러진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12~2014년 지식강연회 ‘테드(TED) 콘퍼런스’의 공식 파트너로 지정되기도 했다. 카우스는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40세 이하 기업인 40인’에 오르면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